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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Apr 02. 2019

[암과의 공존]⑧자궁암보다 많은 남성암의 비밀

'Living with Cancer' 8편, 전립선암과 함께 살아가기

전립선암은 슬픈 남성의 암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렇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이며 조기에 발견되는 비율도 낮다. 끝은 어떤가. 발기부전과 요실금이란 상처를 남겨 남성을 더욱 슬프게 한다. 암 완치율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도 전립선암 앞에서는 고개를 못 든다. 하지만 마냥 좌절할 일도 아니다. 전립선암을 '순한 암'으로 만들 것이냐 혹은 '슬픈 암'으로 놔둘 것이냐는 본인에게 달렸다.

초기라면 100% 완치… 말기 발견율 낮추는 게 관건

삼성암센터가 조사한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94.2%다. 국가암통계로 보면 86.2%다. 

수치는 높아 보이지만 몇 기(stage)에 발견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4기는 50%가 채 안 된다. 우리보다 사정이 나은 미국은 99%다. 전립선암에 걸리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뜻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현무 삼성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암의 공격성을 평가하는 글리슨(Gleason) 점수가 높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하면 100% 완치 가능하지만 늦게 발견해서 무서운 암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립선암 전문가들이 매우 안타까워하는 점이다. 전립선암은 국가암검진 대상이 아니어서 50세 이상의 15% 만이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개인과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완치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50세 이상 PSA 검사 비율은 75%에 달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위암ㆍ대장암ㆍ간암ㆍ자궁경부암ㆍ유방암 등 5개 부문에서 국가암검진 사업을 진행한다. 반면 남성은 위암과 간암, 대장암 등 3개뿐이다. 전립선암을 제외한 결정은 분명한 결과를 낳았다. 2008년 전립선암은 4913명에서 발생해, 3157명에 머문 자궁경부암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말기라도 치료법 다양해… 수술 후 경과 관찰 중요

4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 센터장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전립선암은 완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늦었지만 식생활을 고치고 건강상태를 좋게 유지하면 얼마든지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척추 등 뼈나 림프절, 간 등으로 전이가 잘 된다. 말기로 갈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때문에 수술 후 경과 관찰도 5년이 아닌 10년까지 본다.어떤 시기에 암을 발견하느냐는 삶의 질과도 큰 관련이 있다. 늦게 발견한 암을 수술하는 의료진은 성기능이나 요실금 등 생명과 관련 없는 사안까지 고려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약 70%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종 지표검사를 통해 재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글리슨 점수나 PSA 검사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면 재발 후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며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암이란 점을 환자들이 꼭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눈부시게 발전한 의료분야 중 하나다. 최신식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된다. 물론 로봇 수술이 생존율을 증가시켰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비용 측면을 제외한다면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전신으로 전이됐더라도 호르몬요법이 효과를 잘 보이는 편이라, 전이암 생존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치명적 종류에 비하면 치료율이 낮은 편은 아니다.

한편 전립선암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직계가족은 일반인보다 2.5배 위험이 높다. 이럴 경우 조기검진을 더 적극적으로, 더 빨리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 PSA 검사가 대표적인데 비용도 1만 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Q&A 전립선암과의 공존

*전립선암은 왜 급증하고 있나

전립선암은 북미, 서유럽 남성암의 1위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인구 고령화와 육류 소비 증가 및 비만율 상승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검진에서 PSA 수치가 높다고 나왔다. 전립선암에 걸린 것인가.

PSA는 전립선암뿐 아니라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때문에도 올라갈 수 있다. PSA 수치가 상승해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나 직장수지검사, CT, MRI 검사 등을 받는다. 조직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해도 일단 PSA 수치가 높았다면 예전보다 더 자주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전립선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수술법을 선택해야 하나.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은 3가지가 있다. 표준 수술은 배를 열고 의사가 손으로 암을 제거하는 '개복수술'이다. 최근에는 잘 시행하지 않는 복강경수술법도 있다. 가장 최신 수술법은 로봇복강경수술이다. 수술법의 선택은 의사의 경험, 숙련도, 환자의 요구 등에 의해 결정된다. 어느 수술법이 더 좋은 효과(완치율)를 보인다는 증거는 없다. 회복기간이나 흉터, 출혈 등 측면에서는 로봇 수술이 우월하다. 전립선암은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암인데, 전립선이 매우 작고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로봇이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서다. 삼성암센터의 경우 약 60% 환자가 로봇수술을, 40%가 개복수술을 선택한다. 

*수술을 받으면 기저귀를 차야 한다는데.

70% 정도에서 요실금이 발생한다. 이 수치는 의술 발달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1년 정도 지나면 90% 환자가 회복된다. 그 기간 동안엔 기저귀를 차거나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성기능을 살리면서 수술할 수는 없나.

수술 시 발기 신경을 보존할 수 있는 상태인가가 관건이다. 수술범위가 작은 초기일수록 신경을 살리는 쪽으로 수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광범위한 절제가 불가피하다고 반드시 신경을 100% 제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신경 분포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술 후 발기력 회복은 환자의 나이, 수술 전 발기력과 연관이 있다. 86% 정도가 18개월 내 자연 회복된다.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약물이나 기구 등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받는다. 항문을 조였다 푸는 케겔운동이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은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을까.

발생 부위가 다르므로 암에 걸릴 수 있다. 일반인과 똑같이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버지가 전립선암을 앓았다. 자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직계가족은 PSA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다(40세 이후). 식단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고칼로리, 고단백, 고지방을 피하고 상식적인 건강식을 많이 먹는다. 비만은 중요한 위험인자이므로 체중관리에 힘쓴다. 

*전립선암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나.

50세 이상이면 1년에 한 번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한전립선학회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 이상을 추천한다.

<아시아경제. 2011년 12월 1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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