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혁 Jan 10. 2024

UX를 고려하며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

작년에 모 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게 되는 아주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강연을 하며 사용하게 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게 됐는데요. 오늘은 제가 청자들의 강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며 자료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과 의도를 공유하려고 해요. 


강의에 쓰일 자료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내용 자체가 수업이라는 컨텍스트에 맞춰진 감이 있지만, 군중들의 앞에 서서 정보를 전달 한다는 큰 맥락 자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업무 상 리뷰를 할 때, 혹은 면접을 볼 때 겪을 수 있는 순간들과도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듣는 이의 관점을 고려하여 장표에서 무엇을 고려했고, 피티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본 글을 통해 총체적으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서론은 이만 끝내고 바로 시작해볼까요?






짧고 굵게 장표를 구성할 것.



첫 섹션부터 가장 어려운 게 나오긴 했네요.. ㅎㅎ 가장 어려운 것이지만 장표에 담긴 텍스트는 가능하면 짧게 구성하되, 핵심적인 내용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텍스트가 너무 많으면 장표를 보는 청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인데요.


일반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땐 띄워진 장표를 토대로 화자가 이를 뒷받침 하는 말을 하며 청자들에게 양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청자들은 자연스레 장표와 화자의 스피치. 이 두 가지 요소에 동시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에 처하죠. 인간이 하나에만 딱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피티라는 컨택스트 내에선 무려 두가지 요소를 동시에 캐치 해야하는 것이 필연적인 거죠.


장표를 보며 교수님의 말씀까지 캐치해야 하는 경험.


같은 맥락으로 제 대학 시절의 경험을 복기해봤을 때, 장표와 스피치 양쪽 모두를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장황하게 늘어놓으신 교수님의 수업이 듣기에 고역이었고 이는 다른 학우들도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이처럼 장표 내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욱여넣으면 되려 집중하기 어려워져 듣는 이로 하여금 정보 습득을 방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루함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정보와 텍스트가 너무 장황하게 늘어져 있으면 시청하는 입장에서 질리기 일쑤죠.


추가로 강의 자료를 만드는 입장으로써 제 강의를 듣게 될 학생들의 연령대를 생각해 봤어요. 대부분 20대 초반의 어린 연령인데요. 이지리스닝이나 숏폼 등의 짧고 휘발적인 컨텐츠 소모에 익숙해진 어린 연령들의 사회적 성향까지 고려하니 장표 한 장에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정보 구성을 해야 할 이유가 더더욱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제작한 강의 자료에는 장표에 너무 많은 텍스트를 수록하기보단 핵심만 요약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식을 차용하여 청자들이 장표를 빠르게 훑고 스피치에 바로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했습니다.






요소는 직관적으로, 큼지막하게 사용할 것.



프레젠테이션 시 청자들은 기본적으로 공간 내에서 하나의 스크린으로 이목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청취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노트북을 하듯, 스마트폰을 만지듯이 지근거리에서 컨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닐텐데요. 이로 인해 자칫 요소를 너무 작게 사용하면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정보가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걸 염두하셔야 합니다.


특히 피티를 하게 될 공간 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자연스레 줄이 뒤로 늘어나는 구조라면 뒷 줄에 착석한 이들에게 작은 이미지나 서체는 당연히 눈에 들어올 수 없겠죠? 이처럼 내가 수록한 정보들이 청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이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청자들 입장에선 잘 안보이는 요소를 구태여 이렇게 바라볼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특히 저 같은 경우는 3~4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강의실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였고, 강의 직전 이 공간을 사전에 답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느지, 공간의 구조가 가로 폭이 좁고 세로 폭이 길다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이 착석을 하게 될 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죠. 이렇게 줄이 길게 늘여진 공간에선 당연히 가독성이 떨어지는 작은 텍스트/이미지를 사용하면 뒷 줄의 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장표 내의 모든 요소를 최대한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하게 작업했습니다.


이처럼 내가 어떤 공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될 것인지 그 환경적인 측면을 먼저 고려한 후 이에 맞게 적합한 요소의 사이즈를 잡아주시면 청자들의 경험적 측면에서 좋은 장표를 디자인하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관적인 요소 사용이라는 게 아무래도 에셋의 사이즈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기도 한데요. 고화질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요소가 잘 보이도록 하는 것, 혹은 배경에 묻히지 않는 색상으로 텍스트 컬러를 차용하여 정보를 잘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직관적인 요소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나 이런 부분들은 잘 유의해 준다면 인지적 측면을 넘어 전반적인 디자인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있구요.






위트와 재미  스푼




위트와 재미는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을 요소입니다. 누구든 숨 막히고 딱딱하기만 한 분위기 보단 적절한 유머가 가미된 분위기가 더 편하고 즐겁고 좋다고 느낄 거에요. 편하고 즐겁다는 건 흥미와 크게 연관된 탁월한 요소이기 때문에 포멀하고 격식을 갖춰야만 하는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재미 요소를 첨가해서 청자들의 흥미를 돋구는 것도 괜찮은 전략입니다. 흥미도가 오르면 그만큼 청자들이 더 가까이 하고 싶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열심히 준비해서 진행한 피티가 누군가에게 지루하고 재미 없다고 느껴지길 원하는 강연자는 아무도 없을 거에요. 준비를 잘 한만큼 누구나 즐겁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싶겠죠? 때문에 저는 듣는 이의 관점과 강연을 진행하는 제 관점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트를 가미한 장표와 내용으로 구성 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모두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참 슬플 거에요.






청자가 관심 갈 만한 것을 넣기


갑작스럽게 등장한 게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후술할게요.


피티의 목적을 넘어 장표에 수록한 내용/컨텐츠 자체가 청자가 관심 가질만 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청자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잘 모르는 얘기만을 듣는 것 보단 좋아하거나 잘 알고 있는 주제의 얘기를 듣는 것이 더 재밌고, 이해와 공감까지 잘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피티 속 내용 자체가 유용하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대상이 좋아하는 게 뭔지를 캐치해내는 것이 크게 중요하다는 거에요.


제가 강연을 나가는 학과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학과의 공식 명칭은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였고, 이 안에서 힉생들은 프로덕트 디자인과 게임 제작. 둘 중 하나의 세부 전공을 선택하여 수학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절반 이상의 학우들은 프로덕트 디자인보단 게임에 관심을 더 가졌죠.


두 분류로 학생들을 구분할 수 있었어요. 각자 진로로 삼은 것이 달랐죠.



때문에 장표에서 특정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할 예시나 레퍼런스를 모바일이나 PC UX에만 국한해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강의의 몰입도가 떨어지고 강의 자체가 유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바일/웹 관련 레퍼런스는 응용하되, 제가 직접 여러 게임을 플레이 해보며 제 강의의 아젠다에 걸맞는 소재거리들을 찾아 넣어 게임과 관련된 UX 사례도 추가하기로 했어요. 실제로 본 장표로 강연을 할 때 게임을 예시로 한 레퍼런스들이 등장하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순간 상승한 게 눈이 보여서 나름 성공적인 전략이지 않았나 싶었네요.


저와 저희 회사에서는 항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객이 되어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할 만한지 생각해 보려는 인데 강의를 준비하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거죠. 이를 통해 학생들이 항상 접하고 좋아하지만 무심코 플레이 하는 데에만 그쳤던 이 게임 내에서도 다양한 인사이트와 배울 게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게임 역시 UX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구요. 






마치며


아무쪼록 저는 본 내용을 토대로 장표를 완성하여 강연을 잘 마쳤습니다. 제 강연을 들어주신 분들이 부디 좋은 영향을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있지만요.


물론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어떤 장표를 만드느냐에 따라 디자이너가 장표 제작 시 고려해야 할 것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위의 예시들로 보여준 것들이 반드시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거는 추가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허나 넓게 생각해 보자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 역시 인간을 매료시키려는 것이 목적인, 인간을 위한 행위라는 점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간 중심 디자인과 그 목적이 같습니다. 때문에 무심코 만들 수 있는 이러한 문서 하나에도 인간을 위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우선 생각해보는 것이 디자이너로써의 바람직한 마인드가 아닐까 싶어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번에도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ㅎㅎ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 컴포넌트를 기능중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