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을 기념한다. 하나님께 1년간의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로, 보통은 가을에 추수를 마치고 첫 수확을 축하하면서, 이 기념일을 지킨다.
추수감사절 주일을 맞아 나도 두 달 앞서 한 해를 돌아봤다.
'올해 나는 무엇을 수확했는가?'
매년 이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단번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럴 때면 1년을 허송세월 보낸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
2023년 새해에는 스스로에게 이런 다짐을 했다. '매달 성취감을 맛보자.'
1월엔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여행했고, 2월엔 글쓰기 수업을 들었고, 미라클 모닝에 도전했고, 등산을 했고, 요리 수업을 들었고, 자격증을 땄다.
비로소 올해는 몇 가지 수확을 꼽아볼 수 있었고, 돌아보니 감사함의 연속인 날들인 걸 알았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별에도 공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떠나간 이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 떠나버린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것, 이별 후 남겨진 나를 더 사랑하는 것, 다음에 올 사랑을 위해 한 톨의 미련도 남겨두지 않는 것.
이별을 몇 가지 공식으로 정리하다 보니 원하는 사랑을 지키는 데도 공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몇십 년간 다르게 살아온 그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 때로는 서로가 맞춰가는 그 노력이 고되더라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듯 인내해 보는 것, 아끼는 화초를 돌보 듯 온전히 그가 성장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 절대로 사랑에 의존하지 않는 것.
사랑과 이별을 일정한 공식으로 담담하게 읊을 수 있는 걸 보니, 지난날의 상처와 후회와 시련들까지도 감사하게 됐다.
그럼에도 나는 또 넘어지고, 좌절하고, 헤매고 아파할 수 있다.
그래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상식 수상 소감 같은 자기 긍정은 이제 접어두고,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2023을 더 꽉 채워보도록 해야겠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산더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