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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천사 Jan 12. 2021

아이는 당신과 함께 자란다-이철국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사람의 숲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실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 팁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읽기를 시작했다. 물론 책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주로 20년 간 공립학교와 대안학교에 몸담으면서 그가 정립한 교육철학과 대안학교의 시행착오,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대안의 시각에서 교육시스템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듯했다. 교육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함께’ 보다는 ‘경쟁’을 먼저 배우게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길을 보여줘야 할지 이 책을 함께 읽는 분들과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용기있는 사람들의 선택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아이와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나 또한 10년 넘게 대안학교 설명회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설립과 운영 취지에 공감하고 감동하면서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그리도 어려웠던 사람 중에 하나이기에 그들의 선택이 정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 지 감히 짐작이 간다. 없는 길을 찾아 그 길을 닦고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겸손한 자세로 대안학교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이 책에서 함께 기록한다. 앞으로 대안학교를 이끌어갈 후배 교사들이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되 신념에 갇히지 말 것을 진심으로 충고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교육의 민주화가 더디다. 부모나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교육 방법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기가 매우 어렵고, 선택한다 해도 곳곳에 아직 차별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도 변화된 교육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열망하는 사람들은 계속 있어 왔고 대안학교는 꾸준히 성장했다. 대안학교 간에 연대하고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와 교사 그리고 마을공동체가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들은 능력주의 시스템에서 앞만 보고 질주하는 우리에게 공동선이 무엇인지,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작은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일반학교인 강동고에서 시도한 마을결합형혁신학교가 취소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과 같은 아이들


       이 책에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고, 어떤 아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부모, 아이 그리고 교사 입장에서 심도 깊게 이야기해 준다. 좋은 글귀들이 많았지만 그 중 ‘힘들 때 먼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아이, 남의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타인과 관계 맺기는 도움 주고받기, 서로 의존하기이다(p37)’ 란 문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함께한다면 아이나 부모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삶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소리 소문 없이 엄습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유연함이 아이를 키운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 그리고 교사는 서로 공진화(co-evolution) 하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환경과 생명체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처럼 다채롭고 아름답게 진화해 왔다는 자연 과학의 원리가 이 교육시스템 안에서도 동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 부모는 아이에게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유연함’이 곧 ‘겸손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티끌만한 찰나의 시간을 더 살았다는 것으로 아이에게 너무 아는 척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구나’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유연함도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싶다. '미래를 위해 청소년기를 희생해야 한다면, 그 미래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란 저자의 질문에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교육의 가장 좋은 결과는 관용’이라는 헬렌 컬러의 말처럼 관용과 겸손함으로 아이를 지켜봐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행복만 추구하기보다 때로는 불행을 껴안으며 난관을 헤치고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또 때로는 타인에게 의지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봐 주는 일. 나 또한 그런 부모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글의 원칙에서 숲의 원리로


    저자는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양심은 점점 무뎌지고 보수화된다(184p)’ 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정의와 연대는 인간이 포식의 단계를 극복하고 진보하려는 소중한 시도’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성을 부수고 나와서 이웃과 마주 앉는 것이 곧 살아가는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아이와 부모인 우리가 조금 더 발전적이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걸어갈 벗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에게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격려하고 위로해줄 ‘사람의 숲’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의도하여 읽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개월 정독하며 읽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 마이클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 그리고 이철국 선생님의 [아이는 당신과 함께 자란다] 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는 바로 '함께'였다. 어찌보면 너무나 가깝고도 익숙한 단어인 듯한데 사실은 지금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단어가 되어 있음을 깨달는다. 교육과 사회 정책, 철학적 사고와 같은 큰 주제를 논하기 전에 우선 나의 삶에서 '함께'라는 단어가 살아 있게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책 속에 잠시 소개된 율곡 이이의 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을 떨쳐버리고 아이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통의 마음을 건낼 자세를 먼저 가다듬어 본다.



온 세상 사람 눈을 내 눈으로 삼으면 모든 것을 분명히 볼 수 있고,

온 세상 사람 귀를 내 귀로 삼으면 모든 것을 똑똑히 들을 수 있으며,

온 세상 사람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으면 모든 것을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다.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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