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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천사 Jan 12. 2021

The Social Dilemma

넷플렉스 자체 제작 다큐 2020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에 연신 ‘예쁘다’는 말을 내뱉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던 들뜬 마음은 아쉽게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나 다니는 차와 사람들의 흔적으로 새까맣고 질퍽거리는 눈 녹은 땅을 보며 외출을 포기한 주말.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나는 얼마 전 지인이 추천한 넷플렉스에서 자체 제작했다는 다큐 [The Social Dilemma]를 떠올렸다. 그래, 이번 주 저녁 시간은 너와 함께 한다. 러닝타임 1시간 34분.


     제목을 보고 예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다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어떻게 사용자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지 실제 근무했던 직원들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인터뷰에 응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한결같이 해당 플랫폼들에게 사용자는 오직 ‘소비적 주체’라는 점을 지적한다. 맞다. 그렇다. 아니 매우 그렇다. 업무적으로 해당 플랫폼들을 광고주 입장에서 사용하는 나도 최근 끊임없이 고도화되는 플랫폼들의 광고 알고리즘을 보면 깊은 우려감이 들 정도다.

사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광고시장이 대부분 넘어오면서 광고가 진행되는 프로세스는 오히려 단순해졌다. 여기서 잠깐 실제 온라인 광고가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1. 신제품이 출시된다. 2. 예상되는 주요 구매층을 타겟팅한다. 3.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 등의 포탈이나 SNS앱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준비된 타겟팅 정보와 광고 형태, 광고 예산 등의 정보를 입력한다. 4. 노출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고 결과가 좋은 광고 타입에 보다 더 많은 금액을 충전한다. 광고주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이후부터는 세상 복잡한 그들의 알고리즘이 나의 광고를 알아서 곳곳에 노출시킨다. 여기서 특징은 요즘 광고는 후불제라는 것! 플랫폼들은 광고 노출, 사용자의 클릭이 유도되어야 더 많은 비용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광고 노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낮이나 밤이나 알고리즘 고도화에 열을 올린다. 이러한 광고 형태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다 보여지는 것이 바로 언론사 기사 페이지를 통한 광고 노출이다. 잘 알다시피 인쇄된 지면 신문을 보는 구독자 비율은 현저히 낮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는데 언론사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구독료 없이 운영되는 언론사에게는 광고가 최대 수입원이다. 특정 위치에 배너를 달아 고객에게 1주일, 한 달 임대해 주던 방식은 이제 올드해졌다. 기사 앞, 뒤, 옆, 중간 등 틈틈의 공간을 광고플랫폼들에게 임대해 주고 광고비를 그들과 쉐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언론사들의 목표는 정직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노출을 늘리는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보다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이는 지난 몇 년 사이 2-3배로 늘어나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들이 무심코 클릭해서 보았던 연예인 기사나 자극적인 기사들이 사실 나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소비를 유도하게 만들기 위한 그들의 한결같은 프로젝트였음을 알고 있을까?


        다큐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것과 유사한 부작용들을 지적하는데그 중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과정 그리고 끊임없이 광고를 봐줘야 하는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뉴스피드와 같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선별하여 보내는 방식이 개인의 사고와 생각을 얼마만큼 경직시키는지에 대해 보다 강하게 언급한다. 분명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이 있다. 어떤 사람은 SNS을 통해 20년 전 잃어버린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도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기능을 이해한다 해도 최근 SNS의 운영 방향을 지켜보면 지금까지 갈고리로 돈을 쓸어 모으던것도 부족하다 느꼈는지 트랙터로 돈을 긁어 모으겠다 작정한 느낌이다. 그래도 다큐 속 인터뷰에 응한 전직 개발자들이 개발자로서의 윤리 의식을 가지고 질주하는 SNS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가 된다. 그들은 최근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는 국민들의 양극화된 정치 성향과 불통의 커뮤니케이션들의 원인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제한된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SNS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SNS는 앱은 지우지 않는 한 빠져나올 수 없는 지독히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개미지옥이라는 사실도.


      다큐를 보니 개발자들의 용기 있는 발언으로 미국에서도 이제 좀 더 진지하게 인터넷포털과 소셜플랫폼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 같다. 사용자의 데이터값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지급하게 하여 데이터 저장을 막게 하자는 의견처럼 구체적인 대안도 나오고 있다. 분명 불과 몇 십 명의 글로벌 SNS플랫폼 담당자들이 20억 명이 넘은 전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사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가지고 운영을 하라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이젠 부족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구체적인 논의와 제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사용자인 우리가 앱을 열지 않으면 또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 드릴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개미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큐의 개발자들은 지금 당장 앱을 지우거나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게 데이터디톡스 방법을 찾아 실행하라 권고한다. 혹시 스마트폰때문에 대화의 단절을 고민하거나 트러블을 겪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이 다큐를 시청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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