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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Oct 07. 2020

XUM ,「DDALALA」

http://www.tonplein.com/?p=4148





예로부터 케이팝은 그 당시의 다양한 트렌드를 끌어오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그러한 트렌드는 케이팝의 주요한 요소인 퍼포먼스에 적합한 일렉트로닉 장르에 치중되어 있었으며, 종종 힙합과 알앤비 등 기타 장르를 차용한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러한 트렌드의 차용은 단순 활용을 넘어 케이팝 시장 내 정착의 수순으로 넘어갔다. 트로피컬 하우스, UK 개러지, 딥 하우스, 뭄바톤 리듬 등의 트렌드는 이제 한때의 유행을 넘어 케이팝 씬 내에 정착한 채 언제나 활용 가능한 소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며, 현재에도 다양한 그룹이 전 세계의 트렌드를 케이팝 시장 내부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노력한다. 꼭 장르적 특성만이 아니더라도, 최근 에버글로우(EVERGLOW)의 「LA DI DA」는 지난해부터 큰 유행의 흐름을 만들어 낸 신스 웨이브의 요소를 활용했으며, 태민(TAEMIN)의 「Criminal」의 경우에는 이와 비슷하게 레트로적인 드럼 리듬을 중심으로 곡을 전개해 나갔다. 이렇듯 2020년의 케이팝에서도 다양한 트렌드의 차용의 예시가 발생하고 있으나, 썸(XUM)의 「DDALALA」는 이와 조금은 다른 형태의 차용으로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DDALALA」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용 요소인 저지 클럽(Jersey Club)은 최근의 트렌드라고 보기 힘든 장르이다. 물론 빠른 템포, 화려한 샘플 활용 등의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한 신나는 분위기를 토대로 최근 애시 매뉴얼(Ase Manual) 등의 다양한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장르이지만, 그것이 주류에 들어와 씬을 주름잡는 흐름의 중심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나 여전히 하우스와 베이스 장르가 트렌드를 휘어잡고 있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물결 속에서 이와 꽤나 반대되는 요소가 돋보이는 저지 클럽은 케이팝에서 활용할만한 재료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썸은 저지 클럽을 케이팝과 효과적으로 융합해냈으며, 케이팝 씬에 새로운 장르적 특징을 끌어들여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기본적으로 케이팝과의 융화를 꾀하는 장르의 특징에서 퍼포먼스와의 결합을 떼어놓기는 힘들다.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인 퍼포먼스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는 그것이 유행하는 정도나 요소의 좋고 나쁨을 떠나 케이팝 시장 내부로의 침투가 쉽지 않다. 그리고 저지 클럽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인 빠른 템포는 퍼포먼스와의 결합과 그 난이도의 문제로 케이팝 내에서 자주 활용되지 않거나, 아예 다른 요소의 변형으로 템포를 느리게 들리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DDALALA」는 그것이 차용한 장르의 특성인 빠른 템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상적인 지점을 남긴다. 빠르게 울리면서도 저지 클럽의 특성을 확연하게 살린 킥 드럼, 곳곳에서 등장하여 난잡한 순간을 만드는 보컬 샘플 등은 청자가 음악이 제공하는 템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특히 후렴에 들어서 간단한 드롭 파트 이후 앞서 언급한 두 요소만이 템포를 이끌어가며, 보컬과 또 다른 샘플이 난입해 그 난잡함을 더하는 순간은 「DDALALA」만의 강렬한 형상을 그려낸다. 그리고, 물론 음악의 독특함과 함께 그들의 퍼포먼스 역시 꽤나 빠르고 화려한 모습으로 이어지며, 그것이 많은 댄서들과의 조화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것 역시 썸이 그려내는 새로운 흐름의 일원으로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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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DDALALA」는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타 장르를 활용하며 빼놓지 않는 낙차 역시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 빠른 템포와 다채로운 샘플로 끊임없이 몰아치는 벌스가 끝난 이후 등장하는 빌드업은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이는 앞선 차례의 벌스와 괴리를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진 낙차이며, 이는 화려한 화성과 구성으로서 케이팝 만의 공간을 창조해 나간다. 이어 후렴 이전의 드롭 파트와 후렴 직후 벌스로 도입하는 순간의 간결함 역시도 곡 내에서 다채로운 낙차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이는 다른 파트와의 대비를 통해 낙차의 존재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돕는다. 특히 두 번째 후렴 이후 브릿지나 댄스 브레이크의 자리를 포기한 채 곡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기존 케이팝의 틀을 벗어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며, 이는 굳이 또 다른 낙차를 만들어내는 모험을 영리하게 피한 방법으로 보인다.


물론 전반적으로 간결한 음악에서 오는 심심함은 기존 케이팝 작품에 익숙해진 리스너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길만하다. 특히 저지 클럽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벌스와 후렴뿐만 아니라 케이팝 식의 구성이 드러나는 브릿지의 단순함 역시 사뭇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는 분명 더욱 큰 모험을 꾀하기보다는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결정한 영리한 방식이다. 그리고 분명 「DDALALA」는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장르적 특성을 유려한 결과물로 도입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케이팝 시장에 색다른 장르와 그 특징이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이것이 추후에 또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나 그것이 기존 케이팝 시장에서 자주 차용되지 않았던 것이라면, 가령 빠른 템포를 숨기지 않으며 보컬 샘플을 통해 난잡함을 강조하는 방식 등의 요소는 썸이 선보인 음악을 기반으로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견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좋은 사례로 남을지, 단 한 번의 시도로 마무리되는 아쉬운 사례로 남을지는 아직 쉽게 결단할 수 없다. 그러나 「DDALALA」이후 시장의 흐름에서 저지 클럽의 활용 사례가 더욱 나온다면, 그리고 그것이 케이팝과의 효과적인 융합으로 이루어진다면 케이팝이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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