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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Oct 09. 2020

로켓펀치, 「BOUNCY」

http://www.tonplein.com/?p=4172





나는 종종 케이팝의 여러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한다. 음악과 퍼포먼스, 그룹과 기획사, 멤버와 포지션. 음악을 조금 더 자세하게 짚어본다면, 난잡함과 서정성, 선율 중심과 다이나믹함, 컨셉과 세계관, 화성과 낙차 등 다양한 요소가 케이팝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그룹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케이팝 아티스트를 기획함에 있어서 그룹의 이름을 짓는 행위는 그룹의 미래를 모두 책임지는 막중한 일이다. 단순히 기억하기 쉬운 이름일 뿐만 아니라 그룹이 선보일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그룹이 보여줄 음악과는 잘 어울리는지, 심지어 케이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현재에는 그룹명이 해외에서도 쉽게 읽히고 받아들이기 쉬운지 등의 요소 역시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무엇보다도 그룹명과 음악 사이의 관계성이 가지는 중요도는 무척 클 것이다. 레드벨벳(Red Velvet)과 블랙핑크(BLACKPINK)가 반대되는 느낌을 주는 두 단어를 합성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펼칠 미래를 견지하고, NCT가 독특하면서도 미래적인 이름으로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듯 말이다. 그래서 나는 로켓펀치(Rocket Punch)라는 그룹을 처음 보고, 그들이 보여줄 음악을 대강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BOUNCY」는 그러한 나의 예측을 정확하게, 그리고 더욱 화려하게 보여준 곡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에 있어 아무리 음악 자체에 집중하려 해도, 그 음악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것들을 무시하기는 힘들고, 그래서 나는 「BOUNCY」가 주는 감상과 함께 로켓펀치의 다양한 요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로켓펀치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그들이 데뷔 후 불과 반 년 만에 「BOUNCY」를 발매했다는 사실에 보다 조금 더 초점을 두고자 했다. 아마 그러한 두 지점은 「BOUNCY」를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고, 그것을 중심으로 로켓펀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특히 그들의 미래를 점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로켓펀치라는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 로켓펀치는 강렬하고도 통통 튀는 음악을 선보였다. 그들의 설명대로라면 “일상에 날리는 신선한 한 방의 펀치”라는 팀명은, 그 말대로 신선하고 상쾌한 한 방을 청자에게 선사하겠다는 의미와 가깝다고 느꼈다. 특히나 그러한 ‘한 방’은 다이나믹한 구성과 강렬한 전개에서 오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고, 통통 튀듯 사방을 돌아다니는 소리들의 만연함에서 제공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측면에서 데뷔곡 「빔밤붐 (BIM BAM BUM)」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소 무난하면서도 간결한 음악은 많은 사람이 생각한 ‘로켓펀치’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두 번째 후렴의 변주는 내가 예상한 로켓펀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담은 듯싶었지만 그것 역시 조금은 단순한 형태였고, 그 이전의 것은 분명 로켓펀치라는 이름에는 들어맞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발매된 「BOUNCY」와 「JUICY」에 들어서는 그룹명과 같이 강렬하면서도 난잡한, 그야말로 로켓펀치 같은 곡이 탄생했다.


「BOUNCY」는 곡인 진행되는 3분여간 쉬지 않고 반복되는 신스 베이스를 기반으로 구성을 쌓아 올린다. 특히 베이스는 곡의 모든 부분에서 구성의 중심을 차지하는데, 가끔은 순간의 주인공을 다른 소리에 양보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베이스 음 위로 쌓이는 소리들은 곡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고조시킨다. 첫 벌스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의 보컬은 틈틈이 화성을 쌓아올리거나 공간감을 크게 주어 층을 두텁게 만들고, 프리코러스에서는 잠시 베이스의 전개를 바꾼 채 멀리 퍼져나가는 박수 소리와 고조되는 드럼 소리로 ‘한 방’의 순간을 주조해낸다. 후렴에 들어서는 하염없이 쏘아대는 신디사이저와 정신없이 달리는 드럼을 중심으로 난잡함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후렴 이후에는 보다 간결한 전개가 이어지는 듯하지만, 삽시간에 등장한 “I wanna hit the world with rocket punch”라는 외침은 두터운 목소리의 층과 함께 청자를 향해 달려들어 다시금 그러한 난잡함의 극적인 순간을 그려낸다. 이후에는 트랩 파트와 짧은 랩 파트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이와 동시에 이전에 등장한 난잡함의 고점에서부터 커다란 낙차를 만들어낸다. 트랩 파트의 등장 이후 또 다른 형태의 벌스가 이어지고, 다시금 프리코러스와 후렴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계속해서 청자를 혼란으로 이끌어가며, 훅의 존재 대신 반박자 빠르게 브릿지를 당겨오는 방식을 통해 이러한 혼란은 끝을 모른 채 달려간다. 이후 또다시 변주하는 브릿지는 다시 등장한 후렴의 신디사이저와 강렬한 보컬로 전개를 곡의 마무리로 이끌어가는 것처럼 청자를 속이고서, 다시 간결한 파트로 회귀한 채 반복되는 분위기의 고조를 그려내어 그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혼돈의 시간을 지나서야 다시금 “I wanna hit the world with rocket punch”라는 외침으로 마무리되는 「BOUNCY」는 앞서 말한 “강렬한 한 방”을 청자에게 제대로 선사하는 곡으로 남는다.


「BOUNCY」는 그 속에 내재된 다양한 낙차와 변주로 청자를 정신없게 만들며, 강렬한 소리들, 특히 멤버들의 보컬을 강력한 한 방으로 앞세워 나아간다. 특히 시시때때로 변하는 리듬과 컨셉의 변화에서 전해오는 낙차는 로켓펀치만의 난잡함을 만들어낸다. 벌스-프리코러스에 이어 후렴에 들어서 내달리는 드럼과 후렴과 훅 사이의 간결한 소리들, 그리고 그 소리를 비집고 나오는 멤버들의 외침, 트랩 파트와 브릿지의 잘게 쪼개지는 드럼 소리와 브릿지의 변주에서 생기는 낙차는 로켓펀치가 보여줄 수 있는 난잡함의 ‘한 방’을 제대로 그려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난잡함과 정신없음 사이에서 한 방을 날리는 “I wanna hit the world with rocket punch”라는 외침은 로켓펀치의 포부이자 그들이 보여줄 미래에 대한 예고의 한 방으로 다가온다. 이제서야 그들의 데뷔가 1년이 겨우 넘은 시점이지만, 「BOUNCY」는 로켓펀치의 커리어에 있어 한 차례의 분기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데뷔 이후 반 년 만에 발매된 「BOUNCY」는 지난 「빔밤붐」의 부진을 털어냄과 함께 그룹에 더욱 어울리는 색을 찾아낸 지점으로 남는다. 더욱 난잡하고 정신없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통통 튀는 색과 상쾌한 한 방을 날리는 지점을 확연하게 짚어냈고, 그러한 분위기는 로켓펀치라는 팀만이 그러낼 수 있는,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케이팝 그룹은 데뷔 이후 수년의 시간에 걸쳐 그들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많은 그룹은 그것을 성공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배제되곤 하며, 그러한 성과를 완결시킨 그룹만이 자신만의 컨셉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계속하여 나아가곤 한다. 그러나 로켓펀치는 어쩌면 데뷔 후 반 년 만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계속된 난잡한 구성과 전개로 청자를 정신없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강렬함과 상큼함으로 강력한 펀치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그러한 음악이 「BOUNCY」에서 구현되었다. 이후 발매된 「JUICY」는 여름에 적합한, 계절 특선과 같은 작품이긴 했으나 분명 「BOUNCY」에서 그려진 로켓펀치의 색이 충분히 스며든 곡이었고, 그렇기에 모두 비슷비슷한 모습을 한 여타의 썸머 송과는 구별되는 특별함이 보였다. 이렇듯 로켓펀치가 「BOUNCY」에서 보여준 색은 로켓펀치가 할 수 있는,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적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것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이들은 분명 더욱 커다란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BOUNCY」에서 뻗어온 강렬한 한 방은 더욱 큰 펀치의 예고편일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 방이 다시금 돌아온다면, 나는 그 펀치를 충분히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 이전의 것보다 강력한 것이라면, 더욱 즐겁게 그 한 방을 맞이할 준비 역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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