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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하 Oct 15. 2020

다브다, 「Light Comes Back」

http://www.tonplein.com/?p=4206





“앨범의 첫 트랙으로 실리게 될 인트로 ‘Light comes back’은 다소 느슨한 템포로 시작되는 건반과 기타의 아득한 선율 위에서 리버스(reverse) 된 보컬 소스가 제3의 언어로 노래한다. ‘(순서, 방향을)거꾸로 하다’, ‘뒤집다’라는 뜻의 ‘리버스(reverse)’ 사운드는 곡 안에서 그 단어의 뜻으로부터 지워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어떤 사태-사건에 대하여 무효화시키고자 하는 심리에 결부되어 시간적 초월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청자는 노래에 담긴 정서를 더듬으며 반중력(反重力) 상태에서 시간을 다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앨범 소개 글 中


음악의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기존의 음악은 보다 직선적이었고, 현대의 녹음 기술 발전은 음악이 순환형의 시간성을 지니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성은 「Light Comes Back」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의 소리는 같은 선율만을 반복하며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지, 혹은 제자리에 머무는지 인지할 수 없게 한다. 이와 함께 울려 퍼지는, (앨범 소개 글에 따르면) 리버스된 보컬은 그러한 시간성을 인지하는 데에 더 큰 혼란을 가중시킨다. 제대로 재생되는 것이 아닌 거꾸로 재생되는 보컬 소스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기의 선율과 함께 그 소리를 더욱 드높이며 다가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악기가 사라진 채 목소리만이 남은 1분 30초 경, 우리는 다시 제대로 흘러가는 시간을 인지하게 된다.


다른 연주의 정적은 이후 금세 더욱 증가된 소리로 복귀한다. 강하게 내달리는 드럼과 기타는 우리가 음악 내에서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을 느끼도록 종용한다. 특히나 무엇보다도 거세게 몰아치는 드럼은 다른 소리들의 흐름에 앞서 모든 리듬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여기서도 혼란은 이어진다. 그렇게 시간의 일반적인 흐름에 맞춰 이어지는 다른 악기 소리들과 반대로, 리버스된 보컬은 여전히 자신만의 흐름을 지킨 채 연속된다. 그렇게 순환하는 소리 사이에서 역으로 흐르던 보컬은 선형으로 흐르는 시간성의 소리 가운데에서 거꾸로 내달린다. 그렇게 시간의 역행은 최고점을 향해 달려간다. 보다 격해지고 강렬해진 연주들과, 더욱 극적인 내지름으로 이어지는 보컬의 혼합은 두 시간적 흐름이 충돌하는 지점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은 듯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뛰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던 소리들은 모두 사라진 채 곡 초반 기타가 들려주던 멜로디만이 다시 울려 퍼지며 「Light Comes Back」은 끝난다.


「Light Comes Back」에서의 시간은 직선적이기도, 순환적이기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곡의 시작부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는 그것의 반복을 통해 순환적 시간성을 선보이고 중반 이후 내달리는 형태로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직선적인 흐름을 간접적으로 인지하게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또 동시에 곡 전반에서 알 수 없는 노랫말을 읊는, 그래서 가창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소리로 존재하는 보컬은 그것의 시간적 흐름을 뒤바꿔 놓음으로써 기존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 또 우연히 발생하는 소리의 시간 역시 존재한다. 곡의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다른 소리들의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새의 울음소리나 1분 30초 경의 정적, 그리고 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키보드 소리는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부분이 많지 않으며, 그 소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모습을 잠시나마 드러내곤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간들은 얽히고설키며 각각의 소리로 치환되고, 그 소리는 다시 혼란스러운 음악으로서 청자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움은 막연하지 않다. 어쩌면 곡의 전반적인 전개는 무던하게 흘려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이 보인다. 악기와 보컬이 서로 다른 방향의 시간으로 흘러가더라도, 또 예상치 못한 소리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더라도, 그것은 청자를 진정 혼란케 하는 모습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은 각각의 순간에서 효과적으로 뒤엉키며 더욱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가령 초반부의 연주와 보컬은 그 담담한 분위기를 통해 곡의 시작을 알리고, 중반부에서는 정적 이후의 강렬함으로 곡의 절정을, 후반부에서는 다시금 잠잠해지는 소리들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를 장식한다. 각 소리가 만들어내는 층 역시 확실하게 쌓여가며 듣기 좋은 화성을 이루어내고, 개별의 연주들은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자신만의 구역에서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엉켜버린 시간은 어쩌면 평범한 시간의 흐름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 시간성의 중요도는 이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음악 안에서의 시간들은 때로는 직선으로 흘러가기도, 때로는 순환하기도, 혹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저마다의 흐름을 견지하고 이를 통해 독자적인 감상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Light Comes Back」은 그렇게 다양한 시간성을 한 공간 안에 둔 채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조율해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성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시 순환한다. 끝없이 반복되고, 반복 속에서 시간은 다시 선형으로 흐르고, 순환하고, 거스른다. 그렇게 다브다의 시간은 계속된다. 다만, 모든 빛나는 것이 있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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