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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본 Oct 26. 2018

브런치 작가가 되다

설마설마했는데 말이지

    "글 내용 평가 좀 가능하냐?"라고 친구에게 브런치에게 심사를 받게 될 글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친구란 본디 남이 잘 되는 꼴을 죽어도 보지 못하기에,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내 글을 깎아내리려 하는 것이다. 몇 시간을 고민해 올린 첫 작가의 서랍,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로만 알았다. 다시 일상생활에 몰입하고, 상관에게 혼나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다시 일하고, 그렇게 잠들고, 온전히 오늘 하루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에 대한 꿈을 주머니에 구겨접어 버린 채 지냈던 것이다.


    퇴근 후 룸메이트와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 점심은 육개장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든지, 매트리스는 어느 매트리스가 좋은지, 배달음식으로 주문했던 살짝 타 버린 피자의 가장자리를 바라보며 "이 집 피자 참 못 만드는 것 같아, 안 그래?"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뒤이어 밀린 방 정리를 했다. 책상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의 경첩 모서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과자 부스러기들을 쭈그려 앉아 주워 담았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밀려서 미처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밤늦게까지 봐야지, 하며 반쯤 무기력하게 컴퓨터를 켜고, 웹서핑을 하던 도중 문득, 혹시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사이트에 들어갔다.


    웬걸, 왼쪽에 있는 텝에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항목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알림 버튼을 누르니 한 작가를 환영하는 브런치의 이쁜 말이 적혀있었다. 이틀을 더 쉴 수 있다는 금요일 밤의 인심 좋은 넉살 웃음보다도 더 큰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도 모르게 짜릿한 비명을 질렀다. 옆방에서 "무슨 일이야?"라는 룸메이트의 심드렁한 반응이 들려왔으나, 나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요 몇 달 사이 이러한 성취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작가 됐어."


    물론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으나, 축하해주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호들갑을 떤 어머니의 목소리에 부스스 잠이 깨버린 아버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기뻐하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휴대전화 알림이 띠링,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옆에서 반갑게 인사했다. '김은희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고 울린 알림. 나의 가장 오래된 팬이 나의 글을 기다린다는데, 어찌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지 않을 수 있으랴.


    다시금 이런 재주 없는 글을 받아준 브런치에게도 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평생을 잃어버리고 살 줄로만 알았던 작가로서의 꿈에 도약대가 되어 준, 또 높은 뜀틀이 되어 줄 이 공간에서 나는 앞으로 많은 것들을 끄적이고 사유하며 반성하고 공유할 것이다. 출사표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일기라고 하기엔 의욕이 넘쳤던 나의 첫 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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