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Apr 16. 2020

준비

시작 전

"또 여행을 간다고?"


엄마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아빠 역시 졸업 이후 바로 취직을 할 것 같았던 아들이 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썩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년간의 군 복무, 2년의 휴학(워홀, 배낭여행)을 거치며 8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학을 다녔으니, 부모님은 이제는 내가 당연히 취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먼저 부모님을 설득하는게 필요해 보였다. 사실 뭐 부모님이 반대하신다고 해도 갈 생각이긴 했지만, 내가 부모님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의 '취업 전 공백 기간'을 설명하기 어려울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왜 이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 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설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카메라와 배낭을 들고, 내가 계획한 여행이 가능한 것인지 예행연습도 할 겸, '예행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강화도로 '예행 여행'을 떠난 나는, 일할 수 있는 농가를 찾을 수 있는 방법, 그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 등 여행의 전반적인 것들과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날 촬영한 모든 내용을 정리하여 부모님께 보여드렸다.(그때 그 동영상)


"그래 그러면 조심히 다녀와봐"


'휴'


강화도에서의 예행연습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 번째는 내가 계획한 여행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것과, 두 번째는 혼자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것.


먼저, 일손을 도와드린다고 하면 반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오류였고, 혼자보단 여럿이 다니는게 일손에 도움이 된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행하는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여행하는 모이나 일하는 모습을 혼자 찍으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런저런 짐들(카메라 장비, 텐트, 옷가지 등)을 혼자 들고 다니려니 가방 무게도 부담되었다.


'동행이 필요하다...'


동행의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 나는 이후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sns를 통해 동행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나니, 반응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동행 구하셨나요?"


나는 신이 나서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할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농사일을 하며 돌아다닐 거구요. 일을 못 구하거나 상황이 안 좋으면 길바닥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도 있습니다. (생략)" 너무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서 일까? 대부분 예견된 고행길임을 직감하고, 더 이상 문의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의 거절을 당하며 동행을 구하지 못한 나는, 결국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 뭐 어떻게 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