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두번째 브런치북을 시작하며
-제 멋대로, 열하일기2
애초의 목적이 어디엔가에 글을 올려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브런치'라는 게 있어 심사를 거쳐 합격(?)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란다. 개나 소나 글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한 단계 인증을 거쳐야 한다면 일정 수준은 보장된 곳이려니 하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한두어 분의 댓글에 사기가 고무되어 꼬박꼬박 글을 올렸다. 당시만 해도 열하일기의 가상여행을 즐기며 90% 써놓은 글이 열댓 개 그리고 손질을 더해야 하는 글이 댓 개 있었다. 한 이십여 꼭지가 내 브러치 사업의 종잣돈이었다.
애초의 목적이 브런치북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만들면 뭐가 좋은지도 모르는 채로 내키는대로 그냥 쓰다말다 할 작정이었다. 그러다가 숭*문*당의 '열하일기 75일 읽기'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를 따라가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어느새 글이 하나 둘 더 더 쌓이고 있었다. '내 글이 내 글에 묻힐 지경'에 이르자 정리정돈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제서야 한 박자 늦게 <브런치북 종이책 만들기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한번 해 봐? 내 글은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으니 역사 마니아나 거들떠 볼 것이다. 내 새끼가 어떤 놈인지 알면서도 애틋하기 마련이라 헛일을 일삼는 부모의 심정으로 질러보기로 했다.
그제서야 응모에 따르는 조건들을 읽었다. 막차를 탄 격이라 금요일에 한번 올리는 것으로는 태부족하다. 월, 수, 금으로 두번 더 늘리고 그것도 한번에 두개씩 올렸다. 글이 쌓이기는 했던지 가까스로 기준을 충족하고 응모에 성공했다. 그런데 브런치북은 삼십 회까지 이르면 더는 못 올리게 되어 있단다. 말은 들었지만 진짜로 안 되는 걸 보니 식겁했다. 삼십 회에서 제대로 작별하지 못하고 어리버리하다가 이 사단이 난 것이다. 8개월만에 조회수가 만 명을, 구독자가 삼백 명을 돌파했으니 자축의 말이라도 준비했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나름대로는 브런치 주민으로 평안하게 정착한 셈이다.
그리고도 강의를 들은 뒤끝은 길었다. 몸 어디쯤에 배기는 불편한 잠자리처럼, 얹혀있어 내려가지 않은 체기처럼, 30%쯤 써진 글이 나머지 70%를 부른다. 써지면 쓰지 뭐, 하며 <제 멋대로, 열하일기2>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시작의 말로 시작하고 작별의 말로 끝내리라. 한번 브런치북을 발행(?)해보니 독자에 대해 예의를 갖출 심적 여유도 생겼다. 여태껏 독자들이 달아준 라이킷과 구독, 댓글들이 나로 하여금 이 브런치 세상에 살아남도록 해주었다.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각자 달리는 길의 변두리에서, 눈 한번 맞춰주고 박수 한 번 쳐주며 내가 내 길 가듯 너도 니 길 잘 가라고 응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달리는 선수라고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