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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가 주는 힘

by 지미니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식사 보조’가 그저 밥을 먹여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힘을 되찾는 일이라는 걸.



한 어르신은 한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다.

“I’m not hungry.”

“I don’t want anything.”

가족도 포기했고, 의료진도 조용히 바라보던 그때,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조용히 창가 옆 자리에 앉아

죽 한 그릇을 데워 가져갔다.


말없이 앉아 계시던 어르신이

어느 날 나를 향해 말했다.

“Smells nice. Maybe… just a little.”

그 한 숟가락이 시작이었다.



한 끼 식사는 그 자체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스스로 숟가락을 드는 행동,

맛있다는 표정,

식사를 마친 뒤 나오는 짧은 “Thank you.”

그 모든 순간이

한 사람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징표였다.



누군가는 삼킴이 어려워 반쯤 흘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손을 떨며 겨우겨우 입에 넣는다.

그럴수록 나는 더 천천히, 더 부드럽게 묻는다.


“Would you like help?”

“Take your time. There’s no rush.”

“Do you want a bit more?”


그 대화 속에서 나는 배운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존중’이라는 걸.

그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식사 보조의 핵심이라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관계’를 나눈다는 것이기도 하다.


혼자 먹던 어르신이 옆자리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

“It’s nice today, isn’t it?” 하고 말을 건넬 때,

그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 삶의 회복이 된다.



한 끼 식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하루의 중심이다.



나의 한 줄


식사는 생존이 아니라 회복이다.
그리고 회복은, 함께할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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