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의 두번째 주말,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었습니다.
히틀러 나치가 떠났더니, 사회주의 독재가 온 시대. 이 소설은 35년간 지하실에서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남자 '한탸'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지하실에서 맥주를 벗삼아 폐지로 쏟아지는 불온한 책들을 탐닉하고 또한 압축하던 늙은 노동자는, 우유와 콜라를 마시며 장갑을 끼고 여유 있게 일을 하는 젊은 노동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깨닫습니다. 여기에 엄청난 크기의 수압 압축기가 자신이 가진 압축기의 스무 대 분량 일을 해낸다는 걸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지지요. 무엇보다도 자신이 폐기하는 서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손쉽게 해체가 가능한 신속한 '일처리'에 좌절합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1977년 체코에서 지하출판으로 첫 출간됐습니다. 저와 나이가 같습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는 남겨진 존재를 무참히 폐기하며 나아갑니다. 네트워크 시대, 이제는 낡은 매체인 책이 때로는 위태롭지만 그 위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효율성보다는 실존을 생각할 줄 아는 주인공과 같은 존재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노트 #너무시끄러운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