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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백년전, 성공가도를 달리던 성실한 가장의 '일탈' 이야기

by 방산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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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백년전, 성공가도를 달리던 성실한 가장의 '일탈' 이야기]

일주일 넘게 이어진 추석 연휴, 커다란 보름달 아래로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며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접했을 때는 예술과 현실의 '불화' 그리고 진정한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머리로만 이해한 것이다. 마흔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에 다시 읽으니 가슴이 반응한다. 한때나마 큰 꿈을 가졌을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책이 출간된 백여 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배경은 20세기 초반 영국 런던, 성실한 가장이자 증권회사 주식 중개인이었던 스트릭랜드는 갑자기 집을 나간다. 여자와 바람이 나서 떠났다는 소문이 떠돈다. 그러나 실제 가출 이유는 화가가 되고 싶어서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일탈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였다. 무엇보다도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들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소외된 채 빈곤한 삶을 살아가며 온갖 기행을 일삼는다. 타히티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후에야 그의 예술혼은 인정받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의 모델은 위대한 화가 폴 고갱. 실제 고갱은 젊은 시절, 증권거래소에서 일을 하며 5명의 아이를 낳고 살았다. 그가 그림에 매달린 것은 35세부터였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달'은 닳을 수 없기에 더욱 갈망하게 되는 아름다운 이상을, '6펜스'는 척박하고 세속적인 현실을 상징한다. 책에는 '달'이나 '6펜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두 가지 상반된 주제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넉넉하게 담아냈다. 거기에 결론에는 위대한 예술적 성취에 대한 약간의 '숭고미'까지 곁들였으니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으로서의 부족함이 없다.

#독서노트 #달과6펜스 #서머싯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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