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공간과 마음, 그리고 관계

by 리다

눈이 일찍 떠졌다.

살피지 못한 공간의 엔트로피들,

생명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 나의 단백질 덩어리, 서로를 부여잡고 뭉치를 이루며 방구석을 뒹구는 먼지들, 물살의 소용돌이를 본 지 오래된 세면대와 하수구

하루의 피로를 등에 지고 돌아온 어젯밤엔 안 보이더니, 새벽을 맞이한 오늘에는 그 존재가 뚜렷하다.

줍는다,
닦는다,
뚫고 비워낸다.

몸을 움직이며 예전에 본, 과학자들이 나와 대화를 나누는 ebs 유튜브, 엔트로피 편을 떠올린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요지는, 시간이 갈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시시포스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손을 떼고 멈추는 순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돌아가기에 너무나 먼 곳으로 떠나게 되는 거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애쓰고 있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우리의 공간에만 해당되는 걸까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마음속이 먼지가 뒹구는 방 같다. 머리카락과 먼지를 주우면서 생각한다. 내 마음을 까뒤집어 펼쳐놓으면 이 방 안 일거야. 쓸고 닦는 것이 방이 아니고 마음 같다. 방을 정리하는 나의 손이 마음도 같이 정리해 주길, 하고 혼자 되뇌어본다.

가끔 쓰레기집에 사는 이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뉴스나 방송에 나오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두 달이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고 했다. 사람들은 도움이 헛수고가 된 것에 혀를 차며, 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지 의아해한다. 나는 단순히 그들이 게으르거나 더러움에 둔감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간은 마음의 외현이다.

공간의 찌꺼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 가듯, 마음의 엔트로피도 그대로 두면 자꾸 쌓여간다.

그들에게 닿은 도움의 손길이 소용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감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마음에 쌓인 엔트로피까지 어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느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끔 잊기도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노력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줍고, 먼지를 훔치고, 뿌옇게 흐려진 표면을 호호 입김을 불어 뽀드득 소리 나게 닦아내야 한다. 어떨 땐 강력세정제가 필요하다. 칙칙 뿌리면 독한 냄새를 뿜는 인공의 특효약이. 바로 곁에 있는 관계에 무심한 나날이 길어질수록 그 관계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들어선다. '안녕'이란 인사도 없이, 소리 죽여 멀어지는 발걸음들이 끝을 말한다.

청소가 끝나간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일상의 결을 조용히 되뇐다.

공간의 엔트로피,
마음의 엔트로피,
그리고,

관계의 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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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_섞이고 퍼져서,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정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_손대지 않고 가만히 두면, 세계는 질서에서 무질서 쪽으로 이동한다.
**시간의 화살_엔트로피는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시간의 방향은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