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여정이 시작되기까지 - 프롤로그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하루였다.
조금 특별하다면, 우린 집 앞 족발집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마늘을 듬뿍 얹은 족발을 덜어주고 있었다. 나는 내 몫을 가져와 맛있게 먹으면서도 마음은 마냥 편치 않았다. 입안에 맴도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 밤 무조건 이 대화의 문을 열어야만 했다.
“나 휴학하면 혼자 유럽 여행 갈 거야”
계획은 없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어떤 나라로 갈지, 무엇을 할지, 얼마나 머물지는 그 무엇도 정해진 건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건 쉼이 필요했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나는 더 이상 피로감을 가득 안고 비틀거리며 학교 가는 삶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나도 같이 갈까?”
당연히 거절할 것으로 생각했기에, 나는 그 마음을 단단하게 먹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의외였다. 단호할 줄 알았던 엄마의 얼굴에는 왜인지 해맑은 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모녀여행이란 있을 수 없는 선택지였다.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집에서 모녀가 빠지면, 남는 건 장모와 사위. 얼마나 불편한 둘의 공존인가. 그래서 상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아빠의 거절이 두려워 눈은 최대한 피했던 밤. 큰 일을 저질러 버린 듯 어딘가 찜찜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아빠가 둘이 가도 된대.”
귀를 의심했다. 아빠가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게 꿈 같았다. 상황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될 리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말을 듣고도 믿지 못했다. 몇 차례 엄마에게 되물으며 확인하고, 이내 아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가라고 했을 때, 나는 모녀여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계획을 하며 나는 처음 알았다.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맞벌이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지라, 서로의 성향과 취향을 알아갈 만큼 가깝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할 시간이 없었기에 맞춰줄 필요가 없어 지금까지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의 힘이 있으니 모녀여행이 심히 이상하지 않으면서도, 또 단둘이 몇 달에 걸친 여행을 한다는 상상을 하니 어색했다. 그려지는 그림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엄마와 나는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무려 49일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