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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은 아무래도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말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 역시 거의 없을 듯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희한한 일이다(아닌가?).
문득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니, 곧바로 사랑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하지만 대부분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
참 희한한 일이다(역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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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의 어감은 어딘가 고풍스럽고 근엄하다. 비슷한 류의 표현, 예를 들면 똥을 싼다든지, 땀을 흘린다든지, 오줌을 눈다 같은 말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물론 엄밀히 말하면 각기 다른 말이지만 그렇게까지 따지고 들면 사는 게 피곤해지니까 넘어가자). 배설은 실제 의미와는 관계없이 말자체가 가진 무게감이랄까? 그런 게 있다. 또 한편으로 나는 배설이 문학적인 표현으로 느껴진다.
‘문학적인 표현’이라는 말은 몹시 오글거리고 여러모로 오해의 소지도 많지만 어쩐지 그것보다 더 나은 표현을 못찾겠다. 아무튼 그런 표현의 역할과 쓰임은 다양한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두 가지로 1.낯설게하기 2.은유 이다. 나는 낯설면서 은유적인 모든 게 문학적으로 느껴진다. 배설도 자주 사용하지 않아 낯설고, 또 은유적이다. 배설을 생각하면 사람의 몸에서 배출되는 물질적인 어떤 것보다 마음이나 감정의 배설이 먼저 떠오른다. 예술을 배설로 표현하는 오랜 관습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이유를 물으면 항상 똑같이 설명한다. 내 마음 속에는 일종의 그물이 있다. 거기 걸리는 것들을 처리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그게 글쓰기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많을수록 나는 더 많은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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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잘 몰라서 그랬나 싶다. 예술도 인생도 전혀 모를 때는 어디로든 거침없이 쭉쭉 뻗다가도, 조금 안다 싶어지면 오히려 더 움츠러든다. 예전에 내 그물은 무척 촘촘했다. 보고 듣는 것, 걸리는 것이 많아 쓸 것도 많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물은 헐거워지고, 많은 것들이 아무런 걸림없이 숭숭 지나쳐 지나간다. 쉽게 판단하고 빠르게 결심한다. 고민은 짧고 싱겁다. 그렇게나 무던해지길 원했지만 막상 그러고나니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나 동시에 또다른 결론이 있을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