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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요 Jan 10. 2022

사용자가 서비스를 확장시킬 때

 확장형 비즈니스 모델 - 당근마켓, 트리플, 노션, 피그마

들어가기 전

드로우앤드류 유튜버의 영상을 가끔 보는데 그중 '드로우 마이 브랜드' 시리즈는 다 봤다. 아래 첨부한 영상은 그 시리즈 중 하나인데, 재미있게 본 건 그가 정의한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방식이다. 예전의 방식은 1. 상품을 먼저 내고 2. 마케팅을 통해 3. 판매하는 거였다면 이제는 1. 브랜드를 마케팅해 사람을 모으고 2. 모인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 3.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버 '드로우앤드류'의 '(퇴근 후 만든) 부캐가 본업 수익의 10배가 되며 배운 것들 (드로우 마이 브랜드 ep.01)' 영상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서비스를 플랫폼화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비스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여들면 비즈니스도 함께 확장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용자들이 모여 형성된 기발한 사용 패턴이 서비스를 확장시켜준 사례를 모아봤다.




중고거래에서 동네 플랫폼으로, 당근마켓

서비스의 성공적인 플랫폼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당근 당근마켓이었다. 애초에 당근 마켓은 "1,000명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를 초기 가설로 세웠다고 한다. 당근 마켓은 '당신의 근처 마켓'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다. '지역 기반'이라는 특수성은 초반에 두 가지 효과를 냈다.


1. 직거래다 보니 부담 없고 쉽다. 진입장벽이 낮아 높은 연령대까지도 두루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카카오톡이 없는 우리 아버지도 당근 마켓에서 처치하기 곤란한 TV장을 무료 나눔 할 정도다.

2. 친근하고 믿음이 간다. 지역 기반으로 검색 풀을 한 번 대거 필터링해주기도 했고, 이웃 주민과의 거래라는 점에서 결속력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거래들도 종종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령 '제발 벌레 좀 잡아주세요'와 같은 도움 요청이나 집이 가까우면 그냥 가져가세요 형태의 '무료 나눔'이 등장한 것이다. 단순 중고 거래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 간 인터랙션이 활발해지며 당근마켓이 지향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셈이다.

지금의 당근마켓은 '동네 생활', '내 근처' 메뉴를 메인 내비게이션에 제공할 정도로 커뮤니티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동네 생활' 메뉴는 동네 관련 질문, 맛집 소개, 소식 전달, 사건/사고 등의 카테고리를 제공하는 동네 사람들의 커뮤니티다. 벌레 잡아주세요, 문 좀 고쳐주세요 등의 부탁이 오가는 '해주세요' 탭도 있다.


당근마켓 '동네 생활' 커뮤니티


메뉴 '내 근처'에서는 내 주변 가게들을 소개해주는데, 나도 좋고 당근마켓도 좋아할 서비스다. 사용자인 내가 반기는 이유는 카카오맵 외에 집 주변 괜찮은 가게를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직접 추가하는 동네 지도에 센스 있게 겨울 간식 탭이 따로 있어 겨우내 붕어빵/다꼬야끼 트럭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당근마켓 '내 근처' 서비스 동네 지도, 동네 소식, 사장님을 위한 비즈프로필


당근마켓에게 '내 근처' 서비스는 동네 주민 간의 연결에서 '동네 상인과 동네 주민' 간의 연결로 뻗어나간다는 점에서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가게 사장님들을 위한 '비즈프로필'의 이용 건수가 벌써 2억 건을 넘었을 정도다. 이 외에도 당근 페이, 당근 커머스, 당근 쇼핑 등 당근 마켓은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당근마켓 커뮤니티의 특성에 하나 더 덧대자면, 당근 마켓의 커뮤니티는 과격하지 않다는 점이다. 매너 평가라는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의 온도를 따끈하게 데워놨으니, 험한 말이 오고 가지 않는다. 익명으로 활동하는데도 당근 마켓에서의 프로필 자체가 의미 있는 퍼소나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여행 일정 짜면서 예약까지 한 번에, 트리플

여행은 계획을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가기 전부터 어디 가지 설레며 이미 한 번 다녀오는 것이다. 트리플의 메인 서비스는 여행 일정 관리인데, 이걸 본질적으로 너무 편리하게 잘 만들어두었다. 여행지 별 관광지, 맛집, 숙소 등을 다양하게 추천해주고, 일정을 블록 단위로 쉽게 추가/변경할 수 있고, 지도 상 효율적인 루트를 알려주니 MBTI P에 속하는 나도 사용하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간편하다. 이러한 훌륭한 사용성으로 사용자를 모으다 보니 사업 기회가 찾아온다.

여행 일정 관리로 여행의 시작부터 사용자를 꽉 잡으면 좋은 건 항공권, 숙소, 티켓 등의 예약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트리플에서 여행지 관련 모든 걸 추천, 예약, 관리해준다니 오히려 좋다. 최근에는 일정 관리 화면에서 다녀온 관광지를 바로 리뷰할 수 있게 진입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했음을 볼 수 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땅따먹기처럼 여행에 있어 트리플이 차지하는 영역이 계속 커지는 것이다.


여행 전 숙소 예약부터 여행 중 일정 관리, 여행 후 후기까지 다 잡은 트리플


개인적으로 트리플 사용하며 재미있었던 건, 엄마가 메모장을 일기처럼 활용하는 것을 봤을 때다. 그날 일정이 마무리되고 앱에 들어가 변경된 일정을 업데이트하고 짤막하게 글을 써놓으니, 더 이상 딱딱한 일정 관리가 아니라 우리 둘이 추억할 수 있는 여행 다이어리가 되었다. 이 자체로 충분히 여행을 아카이빙할 수 있겠구나 싶어 트리플의 가능성을 다시 느꼈다.


엄마의 귀여운 한 줄 일기




하다하다 소개팅 이력서까지 노션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노션 진짜 진짜 좋아하고 잘 쓴다. 오죽하면 미국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공략한 시장이 한국일 정도다. 개인의 이력서부터 스타트업의 홈페이지, 팀원들과의 협업툴로도 활용될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한데, 최근에 발견한 가장 기발한 활용 케이스는 바로 노션 소개팅이다. 넷플연가에서 기획한 것인데, 간단한 템플릿으로 자신을 어필하면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플랫폼이다. 주변 솔로인 친구에게도 추천해줬다. 올해는 새로운 사람과 연을 맺어보고 싶은 사람 추천추천.



브레인스토밍은 피그마로 디자인은 피그잼으로

'uxtools'에서 1,574명의 프로덕트 리서처/기획자/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래의 서베이를 보면, 2021의 디자인 툴은 피그마가 다 해먹었음을 볼 수 있다. UI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디자인 핸드오프 시 사용하는 툴로 피그마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작년에 출시한 피그잼이 브레인스토밍 툴로 자리를 견고히 하던 미로(Miro)를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회사 팀원이 공유해준 다른 서베이에는 미로를 제치고 1위였다).

uxtools - 2021 Design Tools Survey 중


피그마는 실시간 협업을 가능케 해준 첫 디자인 툴이었다. 디자인을 스케치로 할 때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브레인스토밍, 리서치, 가벼운 와이어프레임 스케치까지는 피그마에서 할 정도로 공동 작업하기 편리한 툴이었다. 이런 사용 패턴을 고려했을 때, 피그마가 브레인스토밍에 더욱 최적화한 '피그잼'을 출시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스트잇이나 다이어그램 같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라이브러리에서 작업할 때 쓰기 좋은 템플릿을 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피그잼 템플릿: User Journey


게임, 투표 등의 재미있는 인터랙션을 지원하는 위젯 기능도 있다. (회사에서 팀원들과 피그잼으로 미팅을 했는데, 피그잼 위젯으로 가위바위보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꽤 오래 다른 길로 샜다.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피그마의 디자인도 쉽게 불러올 수 있어 피그잼은 UX 직무자들에게 주요한 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두가 피그잼에 너무 익숙해져 다른 옵션이 없어질 때쯤 피그잼 역시 유료화되겠지.


피그잼 위젯: 가위바위보, 틱택토, 포켓몬 카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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