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연말이면 연말결산을 한다.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식, 올해의 결심 등 올해의 OO를 마음대로 써내려가며 한 해를 되짚어보는 필자만의 의식이다. 올해의 책은 단연 [미움받을 용기]였다. 필독서라면 괜시리 읽기 싫은 심술이 생겨 여태 안읽었는데, 이제라도 발견하고 읽어서 다행이다.
기억에 다지고 싶은 글귀를 모아봤다. 큼지막한 선택을 앞둘 때 꼭 듣고 싶은 말이라 자주 들러서 읽어볼 것 같다. (이북으로 읽어서 마킹한 페이지수가 다를 수 있다.)
43p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121p
아들러는 '무늬만 인과법칙'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네. 원래는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것을, 마치 중대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납득한다. (중략) 문제는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느냐 하는 걸세. 가령 자네가 '나는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봐야겠지.
172p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네.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고, 우월감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평온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175p
A의 결점을 용서 못해서 싫어하는 것이 아닐세. 자네에게는 'A를 싫어한다'는 목적이 앞서고, 그 목적에 맞는 결점을 나중에 찾아낸 거니까.
243p
역으로 "나를 좋아해야 한다", "이렇게 애를 썼는데 좋아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의 과제에 개입하는 보상적 발상이라네.
277p
내 발로 인간관계의 과제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네. '이 사람은 내게 무엇을 해줄까?'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지. 그것이 공동체에 대한 공헌(commit)하는 길일세.
284p
무엇보다 '더 큰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떨 것 같나? (중략) 만약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이 학교에서 느꼈던 고통이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찻잔 밖으로 나오면 거칠게 몰아치던 태풍도 실바람으로 변할 테니까.
334p
일부러 적극적으로 자신을 긍정할 필요는 없네. 자기긍정이 아니라 자기수용을 해야 하네.
348p
슬플 때는 마음껏 슬퍼하게. 고통이나 슬픔을 피하려고 하니까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걸세.
404p
인생을 뒤로 미루는 한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단색으로 칠해진 따분한 나날만 보내게 될 걸세. ‘지금, 여기’는 준비 기간이고 참는 시기라고 여기고 있으니까. 그런데 먼 미래에 있을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지금, 여기’도 이미 내 삶의 일부라네.
405p
심각해질 필요 없어. 진지하게 사는 것과 심각한 것을 착각하지 말게. 인생은 언제나 단순하지. 심각한게 아니라네. 각각의 찰나를 진지하게 살면 심각해질 필요가 없지.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두게. 에네르게이아적 관점에서 보면 인생은 언제나 완결되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