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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Dec 29. 2019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 , 2019)


결혼이라. 누구나 다 하는 거 결혼 아니야?라고 말하던 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말. 부모님 또래에서 결혼을 안 한 사람 찾기는 어려웠던 거 같은데 마흔 줄의 내 친구들 중에 아직도 결혼 안 한 사람들이 수두룩 한 거 보면 더 이상 결혼은 필수가 아닌가 보다.


영원한 약속을 의미하던 결혼도 이혼이란 단어가 점점 아무렇지 않게 느껴져 갈수록 그 의미와 상징도 점점 퇴색되어져갔다.







넷플릭스 제작,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그래서 결혼에 대한 찬양을 하는가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내용은 이혼 이야기이다. 결혼의 달콤함과 행복은 간데없고 이별의 과정만이 현실감 있게 그려져 그 맛이 참 씁쓸하다.



애인과의 이별은 그저 둘만의 다툼으로 맺음을 짓지만 사회적으로 공언한 만남의 이별은 그저 둘만 이서는 해결이 안 되는가 보다. 운 좋게도 아직 변호사와 법정에 서볼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찰리와 니콜이 변호사를 대동해 만나는 모습들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 둘도 원하지 않으면서 꼭 저렇게 해야만 하나.. 물론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상황을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기에 이전에 그 둘이 얼마나 싸우고 대화하며 이 상황까지는 왔는가는 으레 짐작할 뿐이다.





서로 이해를 구하지 못해 치닫은 상황은 얼마나 더 부끄럽고 치욕스러울 뿐인가. 당시에는 서로의 안위를 걱정해 주던 상황조차 이제는 반대의 화살이 되어 내가 아닌 변호사의 입을 통해 뱉어진다. 이런 것이 결혼까지 서약한 성숙한 어른들의 이별 방법인가..


사실 이제는 이런 치열한 이혼 이야기가 그다지 새롭지만은 않다. 막장 드라마든 현실이든 이제는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얘기니까. 다만 이 둘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이 둘 사이에 어쩌면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도 결국은 끝을 향해 간다는 점이다.






시작은 니콜과 찰리의 상황이 50 대 50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볼수록 니콜의 편을 들어주게 된다. 둘과의 관계에서 항상 지는 것 같다던 니콜은 진 게 아니라 아내의 위치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해왔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하나를 원했을 뿐인데 찰리는 무심을 넘어 배신으로 보답했다. 이별의 과정에서조차 양보할 줄 모르는 찰리는 결국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상황까지 이르게 한다.






찰리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싶어도 본인이 내뱉는 변명조차 궁색하다. 가정을 지키느라 밖에서 놀지 못했다. 니콜이 피했기에 바람 폈을 뿐이다. 스스로도 납득 못할 말들이다. 내뱉는 독한 말들이 자신에게 돌아와 주저앉고 마는 것도 결국 찰리 자신이다. 그의 불우했던 가정환경이란 핑계와 가족의 지속성을 위해서란 변호사의 항변도 니콜을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이렇게 못난 찰리가 어쩐지 애잔하게 느껴졌다면 그건 니콜이 바라본 그의 장점을 우리가 처음부터 인지했고 아들 헨리에게 좋은 아빠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잘생기지도 않은 저 덥수룩한 긴 머리의 찰리(큰 키와 저음은 멋지지만)에게 마음이 간다면 니콜과의 결혼 생활에서 그가 해왔던 노력을 조금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얼간이가 그저 나와 닮았기 때문인가.


그럼에도 니콜이 더 행복하길 원하는 건 찰리와 2초 만에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그런 행복을 스스로 접어야 했던 그녀의 맘이 더 아팠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 편지를 읽던 찰리처럼 울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은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이혼 과정에서 승리를 얻은 니콜은 그저 좀 더 둘의 관계가 공평하기를 원했을 뿐인데. 결과는 이혼이다. 모든 게 다 끝난 후에 양보하는 마음을 보이는 찰리. 그리고 그렇게도 큰 싸움의 이유였던 LA에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었던 거면 왜 진작 그러지 못했나. 이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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