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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 인생콘텐츠 Mar 25. 2019

딴짓의 미학. 집 나간 창의력을 되찾아올 수 있는 법

창의성을 찾아서


익살이, 허영이. 똘똘이.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개성을 표현한 스머프 캐릭터의 이름이다. 우리 또한 겉모습은 비슷하게 보이나 그 색은 얼마나 다양한가? 낮에는 직장인으로, 퇴근 후에는 부모로. 주말은 며느리. 아들. 딸로. 또 학부모로. 다양한 페르소나의 모습, 스머프처럼 다채로운 개성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군중 속에 묻혀 있을 때가 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000입니다.” 어색한 인사와 함께 정적이 흐른다. 아.. 실수했다. “죄송합니다. 000 엄마입니다.” 신학기 학부모 모임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무의식적으로 내 이름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종종 아이 이름을 적는 종이에 내 이름을 적곤 한다. 카페 내 두세 반들이 길게 줄지어 자리 잡고 어떤 학원을 보내고 있고, 무슨 방과 후 활동을 하는지 서로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카페 층고가 높아 말이 울리며 잘 들리지 않은 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일 00 학원 설명회가 있다던데 가세요?” 모임 내내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엄마가 물어왔다. “아뇨. 제가 기타 수업이 있어서요.” “어머. 클래식 기타요? 통기타요? 저도 한때 배웠어요. 어디서 배우세요?” 멍해있던 눈빛을 반짝이며 둘만의 대화에 빠진다. 가슴 한쪽에 잠들어있던 작은 스머프가 꿈틀거린다. 



' 엄마이면 아이들 관리에 전념해야 해. 며느리가 주말 자기 계발은 무슨, 가족모임이 더 중요하지. 직장에서 튀면 안 돼. 시키는 일만 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각자를 창의적으로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창의력과 딴짓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를 살펴보려 한다. 


딴짓은 창의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오피스 프리데이로 사무실 밖 체험활동을 장려하는 자율근무 제도, 매일 근무시간 15%를 업무와 무관하게 보내는 제도, 지나친 오락은 창의에 좋다며 회사 오락실을 설치하는 회사. 이는 한국의 몇 회사들이 도입한 제도이다. 구글의 '70:20:10'의 원칙 (70%는 회사 업무, 20%는 개인 업무, 10%는 명상시간)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구글을 대표하는 지메일(Gmail), 구글 맵스 등이 20% 시간 정책의 산물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마치 워 라벨에 해당하는 휴식이란 선물인 듯 보이나 그렇지 않다. 일을 잘하려면 놀아야 한다는 업무 효율성과 성과향상을 위한 똑똑한 기업 전략이다. 



뇌의 휴식 상태는 창의성을 높인다. 인지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디폴드 모드 네트워크’라 한다. 이는 자아 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을 지원하는 두뇌 회로다. 새로운 발견과 창의성은 쉴 새 없이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며 신경을 집중해 멀티태스킹을 하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뇌 활동을 멈추고 쉬고 있을 때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잠들려고 할 때, 조용히 산책을 할 때 아하! 하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같다. 




창의력을 깨우는 예술적 딴짓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감일에 허덕이는 작가가 훌쩍 바다로 떠나는 상상. 밀려오는 고객들을 상담하며 퇴근 후 드럼을 치는 상상. 컴퓨터를 두드리며 주말에 낚시를 갈 상상.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 화려한 옷을 입고 라틴댄스를 배우는 상상. 군중 속 모두 동일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머릿속에는 창의력을 깨워줄 딴짓의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창의력을 깨우는 예술적인 딴짓은 그 행위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손을 사용해서 글을 쓰고, 그림 그리기, 캘리그래피,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들거나, 악기 배우기 등을 할 수 있고 눈으로 박물관 / 미술관 작품 감상, 사진 찍기를 통해 사물을 프레임에 넣어 본인의 시선으로 즐길 수 있다. 또 몸을 사용해서 요가 / 명상하기, 산책하기 등을 할수도 있다. 그외에도 오감으로 감각의 균형을 회복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고 지친 몸을 이끌고 딴짓에 몰입할 때 더 큰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아침부터 문자와 SNS 메시지가 띵동 ~도착한다. 00 학원 설명회, 내신 대비 수업, 모임 안내, 납기일, 미팅 안내, 프로젝트 의논, 상담, 안부 인사 등. 디지털화로 인해 절차와 시간은 단축되었으나 편리함을 가장한 푸시 서비스로 인해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일은 점차 많아지고 뇌는 한가하게 쉴 틈이 없다. 때로는 우리가 만든 기술에 묶여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발짝 뒤로 빠져나와 멍하게 머리를 비워보자. 즐거운 예술적 딴짓을 통해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을 가지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가하구나. 여유가 있구나. 무위도식하냐. 게으르다’는 편견을 가지지 않지 않을까? 이러한 딴짓을 독려하는 기업, 사회를 바란다.

수많은 메시지들로 잠시 주춤했던 마음을 챙겨 외출 준비를 한다. 오늘도 학원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엄마들 틈에서 기타를 매고 집 나간 창의성을 찾으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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