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들려주는 발레 1

우리의 삶과 닮은 발레 움직임 '턴 아웃'

  '발레'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무용수들의 놀랄 만큼 유연한 움직임, 중력을 거스르는 남자 발레 무용수의 폭발적인 도약과 마치 빙판 위를 연상시키는 많은 수의 회전 기술,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는 여자 발레 무용수의 발끝과 토슈즈, 그중에 오늘은 고전 발레의 신체 움직임 '턴 아웃(Turn-out)'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턴 아웃'은 발레 무용수 신체의 전면을 보여주기 위해 골반에서 발끝까지 하체를 바깥으로 열어주는 기법으로 발레를 사랑하는 동시에 정치적 도구로서도 사용하였던 루이 14세에게 왕의 발레를 훈련시킨 무용교사 (피에르 보샹)에 의해 탄생되었으며 3번을 제외한 4가지 포지션은 오늘날까지 정착한 고전 발레 테크닉의 한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발레에서는 왜 '턴 아웃'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첫째로 '턴 아웃' 과정을 통해서 대퇴골은 이전보다는 훨씬 자유로워지는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데 고관절 안에서 제한적인 움직임만이 가능했던 대퇴골이 양옆으로 그리고 뒤로 움직이게 되는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서 다리를 공중으로 더 높게 차올릴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로 ‘턴 아웃’은 움직임으로써의 과정 그 자체가 근육의 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평소와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근육의 힘을 강화시키고 5번 자세(두 다리가 가장 많이 교차되어 있는 상태)와 같은 발레 무용수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자세에서 하체의 안정성을 유지시켜줍니다.    


  한 가지 더 ‘턴 아웃’의 기능을 조명하자면 무용수의 근육에 대한 효과입니다. 신체의 근육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방향을 변화시킴으로써 다리의 완전한 ‘턴 아웃’ 상태는 발레 무용수에게 길고 늘씬한 다리를 만들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적지 않은 발레 무용수들이 시각적으로 ‘턴 아웃’의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릎 아래 발목과 발바닥 힘을 주로 하여 동작을 수행하는데 눈으로 보이기에 제법 완성도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하나의 완성된 정적인 자세로써의 ‘턴 아웃’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하나의 일련 된 ‘과정’이 생략된 것입니다.    


  다른 동작과는 달리 ‘턴 아웃’은 하지 전체가 연결되어 움직이면서 엄지발가락 사이의 각도가 180도가 되어 마무리되는데 이 결과만을 판단하여 많은 사람들이 ‘턴 아웃’은 단순히 발을 벌리는 동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고관절의 움직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턴 아웃’은 고관절이라는 근력의 출발점에서 발끝으로 이어지는 전체적 움직임입니다. 만일 ‘턴 아웃’을 단순히 발을 벌리는 동작으로만 인식하는 경우 근육의 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발의 외회전과 관련된 근육만으로 국한되는데 그 결과로 나타날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Turn out을 유지한 상태에서의 Tendue동작 수행

  첫째, 고전 발레 동작의 측면에서 보자면 ‘턴 아웃’ 이후에 연결되는 다른 동작을 시도하는 경우 그 동작의 시작과 동시에 ‘턴 아웃’은 소멸되어 버립니다. 즉 고관절과 발끝의 외회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될 또 하나의 동작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턴 아웃’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둘째로 체중의 분포, 골반의 경사, 척추의 구부러짐 정도의 변화를 유발하게 되어 몸 전체의 구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름다운 발레 무용수들의 몸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선천적인 ‘골격의 배열’이지만 연습을 통하여 가꾸어진 아름다운 근육의 모양은 후천적으로 환상적인 ‘신체선’의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반면에 ‘턴 아웃’을 열의가 없이 형식적으로 수행한다면 잘못 시작된 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타고났다 하더라도 근육의 모양은 기존의 아름다운 발레 무용수의 신체 모습과 다르게 변해버리게 됩니다.    


  고전발레의 여러 움직임 중에서도 특히나 ‘턴 아웃’은 서두를수록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금까지 발레의 ‘턴 아웃’을 조명하던 중 저는 문득 이 고전발레 영역의 한 동작의 개념과 그 모습이 우리의 ‘삶’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고 생각됩니다. ‘턴 아웃’은 발레 무용수가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꾸준히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반복되고 지켜져야 할 하나의 수행입니다. 삶에 있어서도 개인의 꿈을 이루려면 수많은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드는 것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턴 아웃’의 본질을 떠올리면서 결과 중심적 태도만이 아닌 또 하나의 목표와 성과를 이어 줄 삶의 과정들을 잘 아우르면서 삶의 역사와 현재가 모두 담겨있는 여러분만의 특별한 무대에서 늘 춤추고 있을 모든 인생의 주역들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묘약 '발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