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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Mar 31. 2021

시크한 프렌치의 그녀들

그들이 생각하는 멋

한동안 우아하고 당당하게 나이 들어가는 미레유 길리아노의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라는 책이 유행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잇듯 노구치 마사코의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도 많은 공감을 얻으며 우리가 궁금해 마지않는 시크한 그녀들의 삶을 파리에서의 삶을 통한 작가의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프랑스 여자 그리고 파리지엔이라는 단어가 주는 우아함과 당당함을 훔치고 싶은 이유는 아름답게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강해지고 있어서 일듯 하다.


나를 아끼는 시간


학생 때, 16구 에펠탑 동네에서 산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헬스클럽에 등록하지 않고 센 강 주변을 마음껏 누리겠다는 마음으로 조깅을 즐겨했다.

쉬는 일요일, 빨래방에 빨랫감을 넣어놓고 달리기 시작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Passy 역을 지나 영화 인셉션 다리로 유명한 ' Le Pont de Bir-Hakeim'을 건너 에펠탑을 찍고 자유의 여신상 쪽으로 돌아온다.


5킬로에서 7킬로 남짓한 거리는 순식간에 끝이 난다. 지겨울 틈이 없이 시선을 고정시키는 풍경과 선선한 바람 적당히 내리쬐는 햇살이 왜 뛰고 싶게 만드는 도시인가를 알려준다.

센 강 주변으로 조깅을 하는 파리지앵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리라.


운동을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생활의 일부, 그리고 내가 활력을 찾는 재 충전의 시간으로 보는 그 시각이 참 재미있다. 몸짱이 되려고, 날씬해야 하니까, 옷 태가 나야 하니까 등의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프랑스 여인들에게서 운동이란 '나를 사랑하는 시간' 정도로 해석 해 둘 수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운동하는 모습을 과시하지도, 경쟁의식을 가지지도 않고 온전히 본인의 몸과 정신을 가다듬는 습관의 하나로 말이다.


주말 오전 혹은 저녁 나를 위한 땀을 흘리고 기분 좋은 사람들과 주말을 위해 준비한 와인과 음식으로 건강하게 먹는 일. 수다를 떨며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그간의 화제로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일.

소소하지만 그녀들의 일상에는 나를 아끼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녹아 있다.



파리지앵의 멋


멋쟁이들이 눈에 잘 뜨이는 마레 지구로 가면 사람 구경하기 딱 좋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다가 햇살이 있으면 있는 대로 광합성을 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가로등 불빛에 노란빛으로 비치는 파리의 풍경들을 눈에 담는다.

그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파리지앵을 마주친다.

어느 게 유행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스타일은 겹치지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사계절에도 멋은 다 살아난다. 그게 액세서리가 되었든 머플러가 되었든 한 여름의 선글라스가 되었든 각각의 포인트 아이템으로 꾸민 듯 안 꾸민듯한 멋을 추가한다.

과하지 않지만 스치듯 보기엔 멋이 있어서 뒤돌아 보고 싶어 지는 그녀들의 멋에는 '당당함' 이란 게 더해진다.

알고 보면 빈티지, 알고 보면 대학생 때 산 아이템, 알고 보면 보세 매장에서 정말 저렴한 아이템이지만 내게 잘 맞고 좋아하고 즐겨하면 된다는 마인드에서 나오는 당당함은, 옷은 많은데 입을 게 없는 아이러니함을 무색하게 만든다.

화장품을 많이 갖고 있지도, 옷을 한 달에 몇 벌 사는 게 유행을 따라가고 멋쟁이가 되는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아주 심플한 멋을 추구한다.



그러니 시크한 멋쟁이들이 많기로 유명한 이 파리에 그 흔한 피부과가 잘 없다.

잘 먹고 운동하며 땀 흘리고 화장을 덜 하며 기초 화장품에 조금 더 신경 쓰는 일. 그게 그녀들이 하는 전부다.

주름과 점에 신경을 쓰고 피부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며 관리를 받는 파리지앵을 만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런 게 없다고 관리를 받고 싶은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마스크 팩 정도라고 아쉬움을 비치면 그런 게 왜 필요한지 반문한다. 늙어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게 왜 좋을 일이냐며 말이다.


나이를 먹음에 있어 두려움이 없고,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인드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개개인이 본인이 가진 성향과 자아를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교육은 나와 상대를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내 의견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의견도 중요할 테니 토론을 즐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거침이 없으니 그게 가정이든, 직장이든 학교든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나의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하는 당연함에 당당한 그녀들의 자아가 바로 그녀들을 표현하는 멋이다.



그녀들이 당당한 이유는 문화와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그녀들이 가진 멋은 늘 화자가 되어 왔다. 절대 파리가 주는 멋이 아니다.

그녀들의 가치관이 만들어 낸 멋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정치와 경제 본인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확고한 자기 세계가 있다.


'Yes'와 'No' 에는 'Why'라는 이유를 늘 묻고 들으며 자란다.

그러면서 본인의 생각을 투여한다. 그래서 그렇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 라고.

정답을 뒤에 숨겨두고 맞추면 사탕을 주던 교육에서 자라온 내가 너무나 공감하고 그리고 부러웠던 교육방식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이런 곳에서 자라나게 하면 어떨까. 내가 받지 못했던 교육의 좋은 점들을 비교하며 안내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내가 보고 배운 좋은 점들을 아이들에게 보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나의 이민을, 해외 생활을 10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프랑스에 살고 있는 지금, 나는 프렌치의 그녀들을 보며 여자가 가질 수 있는 멋에 대한 여러 가지 가치관이 바뀌었다. 진정한 멋은 바로 외면이 아닌 내면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깊이 공감한다.




파리 여행하다, 파리의 플로리스트가 된 사연


그녀의 다른 에피소드들은 전국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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