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호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들과 지역의 이슈들은 화성의 역사만큼이나 층층이 쌓여 있다. 전쟁과 평화, 개발과 보전, 간척사업과 환경오염 등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다. 최근 화성 습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가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화성호는 환경문제를 미래지향 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늘로부터는 계절 따라 희 귀 철새가 날아들고, 갯벌에서는 다양한 저서생물의 생태계가 펼쳐지는 화성습지는 사실 오래 전부터 존 재해온 자연습지가 아니다. 2002년 완공된 화옹방조제에 의해 갇혀버린 바닷물의 오염을 정화시키고자 방조제의 둑 일부를 튼 이후에 생겨난 인공습지다. 그래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말은 화 성습지와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반환경적인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 결과 이다.
또한 갯벌을 농지로 변경하려 했던 간척사업이 중단되면서 어업활동을 못하게 된 어민들의 생존권 문제 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화성호 인근 주민들은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바다와 갯벌의 훼손으로 내 내 고통받아왔다. 그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추억과 생활, 미래가 담겨있는 삶 그 자체 였다. 그렇다면 지금 화성습지를 둘러싼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없는 실마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환경보전이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을 제한한다는 인식은 화성호 뿐만 아니라 지역 환경문제에서 자주 나 오는 논쟁거리이다. 과연 환경보전은 단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에 가치를 둘 뿐 인근지역 주민의 삶 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가? 경제개발이 주는 혜택과 환경보전이 주는 혜택은 비교가능한가? 자연과 인 간, 커뮤니티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가 화성호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외국의 전문가를 직접 만나 화성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UC 버클리 대학 경관건축학과와 환경단체 SAVE는 20년 동안 대만 어촌에서 습지를 보전하면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 험과 2019년 5월 13일 화성환경연합이 주관하는 국제심포지엄 “화성습지, 희망을 그리다”에 참가해 화성습지를 위한 새로운 제안들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그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 기 위해 UC 버클리 팀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인완치 교수를 직접 만나보았다.
인완치 교수는 생태학적 디자인 설계를 전공했다. 그는 대만에서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저어새 보호와 습지 보전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후 대만,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서 저어새 서식지와 관련된 일을 수행해왔다. 환경과 생태에 대한 깊은 애정이 행동 하나하나에서 배어나오는 완 교수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화성호 일대 산업들 사이 균형이었다. “어민과 농민이 요구하는 것은 다 달라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관광, 어업, 농업 사이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화성
그는 대만의 예시를 들었다. 화성습지와 대만의 치구(Qigu) 습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고 한다. “두 곳 모두 전통적인 어촌문화가 남아있고, 훌륭한 자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요. 매우 희귀 한 철새들의 서식지라는 점에서도 비슷하죠.” 치구(Qigu) 습지에서는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광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다. 지역주민들은 이제 그들이 수백 년 동안 더불어 살아왔던 새와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와 자연을 지키자는 생각이, 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했어요.” 치구(Qigu) 습지 지역 주민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아끼게 된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
완 교수는 ‘이대로 가면 어민으로서 주민들의 정체성은 사라진다.’며 어업의 쇠퇴와 더불어 젊은 세대 가 마을에서 벗어나거나 어업을 하려 하지 않을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관점을 전환한다 면 그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어촌마을의 문화, 어민들이 키워 낸 생명과 자연을 경험하러 오고 싶어 하는 도시 사람들의 진심이야말로 주민들에게 힘이 되는 것임을, 따라서 주민들의 역량 강화야 말로 성공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주민들에게 자연자원이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해요.” 언뜻 어민들은 환경운동가들이 자신이 어업을 할 권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완 교수는 하지 만 그건 사실이 아님을 강조한다. “환경운동가와 어민, 그리고 지역사회는 함께 환경파괴에 대항해 싸 워야하는 동지들입니다.” 어민들 없이는 자연을 보전하려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또한 습지는 야생동 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완 교수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과학과 기술 의 도입이 그것이다. “습지를 없애지 않고 물을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농민과 어민 모두 공존할 수 있어요.”
그는 ‘우리 모두(everybody)’를 강조했다. 습지가 논으로 바뀌길 바라는 농민과 화성호 인근의 어민, 또한 철새를 비롯해 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가 전부 우리 모두에 포함된다. 그리고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곳은 생태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습지랍니다.” 모두의 협력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화성은 우리 후손들이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 한 곳
완 교수는 화성에서 많은 희망을 찾아내고 있었다. 정작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수많은 자연 자원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매력적인 관광자원들까지. <화성호감>에서 다루고 있는 수많은 자원들이 면서 동시에 세계인들이 주목할 수 있는 화성만의 경쟁력을 그는 ‘오, 화성.’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 다. “우리는 이미 희망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완 교수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 곳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강력하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있어요.” 그는 화성의 젊은이들에게 화성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하라고 당부했다. 완 교수는 화성이 단지 자연환 경뿐만 아니라 어촌의 문화, 어업, 유기농 농산물, 해산물, 특색 있는 숙소 등 서울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라 보고 있다. “화성 출신이라는 사실을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세요. 그러면 사람들은 ‘오, 화성’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화성에는 이미 희망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워낙 변화가 빠른 사회로 이름난 한국 사회 속 화성호의 10년 후 모습을 완 교수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성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요.” 그는 매향리 평화박 물관을 통해 화성의 역사가 외부로 퍼지고 있음을 예시했다. 화성은 지금 있는 풍성한 자원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연결하고 디자인하여 관광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는 앞으로 10년 안에 제가 원했던 모든 것이 화성에 나타날 것이라 예견합니다.” 희망적인 변화의 모습, 화성은 이제 평화와 생태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인완치 교수 인완치 교수는 중국 예술아카데미 경관건축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립 대만대학교의 건축설계과(2001),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경관건축과(2004)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低)에너지 전자 회절(LEED) 공인 전문가이며, 캘리포니아의 경관건축가 면허가 있다. 또한 미국 경관건축학회 회원이며 도심 토지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현재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인완치 교수는 SAVE 인터내셔널을 통해 저어새 보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글 이정원, 허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