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 광대때리는 딸아빠들의 감성 메모
‘비교 불가' (햇살 아빠)
조리원 1층 신생아실에는 유아용 침대 18개가 있다. 서너 개 비어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득 차 있다. 하얀 포대기에 싸인 아기들은 마치 김밥처럼 누워있다. 팔꿈치 정도 크기도 안 되는데 돌돌 싸매 놓으니 몸집이 더 작아져 귀엽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아기들에게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 아이들을 그리 예뻐하지 않기도 하지만 내 유전자를 가진, 그리고 내 아내가 배 아파서 나은 아이가 아니라 그런가 보다.
응애 하며 울거나 작은 소리로 낑낑거리기만 해도 아내와 함께 달려와 아이를 탐색한다.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젖었는지, 자세가 불편한지 파악한다. 그리고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켰다는 생각이 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아내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아이의 표정을 살피며 혹시 다른 불편함이 없는지를 관찰한다. 같은 부모인데도 마음이 다르다. 배고프면 내가 먼저 먹어야 아이를 제대로 먹일 수 있다고 합리화하는 나와는 달리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아이가 울면 달려가는 아내는 뭔가가 나와는 다른 것 같다.
아마 본인이 직접 배 아파 낳은 아이라 그럴 테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에게서 느끼는 다른 감정의 깊이처럼 아이를 향한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본능적으로 차이가 나는가 보다. 선택과 의지에 의해 사랑의 크기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이미 엄마와 아빠는 구조적으로 같을 수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에리히 프롬이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이라고 한 말뜻의 또 다른 꺼풀을 하나 새로 벗겨낸 듯하다. 아내가 아이에 대해 나보다 항상 더 앞설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랬다. 비교불가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