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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Nov 29. 2020

밀리언 딸러의 편지 W8

리암 니슨 콧잔등 강타하는 딸아빠들의  감성 메모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달릴 때 하게되는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은 원제목이 더 재미있다-원제는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작문 참고용으로 지인이 추천했는데 그저 작가의 달리기에 대한 의미에 대한 이야기일 뿐인데도 나도 달리고 싶다는 욕구를 꽤나 자극한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아기와 아내가 잠든 밤 시간 방 한켠 처박아뒀던 메쉬 티셔츠와 운동화를 장착하고 집 주변 개천 트랙으로 나선다.

체육 시간 외에 스스로 달리기를 한건 중학교 시절 방학 계획에 의한 게 처음이었다. 새벽마다 뒷산을 등산 겸 달리기로 왕복 한 시간을 다녀오는 목표였는데 매일은 못가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뛰고 왔던 기억이 있다. 새벽 언덕길에 간간이 마주치던 어르신들이 어린 녀석이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볼 때 느낀 약간의 자부심과, 큰 과업을 마치고 돌아와 아직 잠든 가족이 깰 새라 조용히 씻고 내 방으로 들어올 때의 성취감이 새벽 눈꺼풀을 들어 올린 동기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달리는 이 시간 자체가 좋다. 한낮의 열기가 잦아든 밤바람이 선선하다. 한적해진 트랙 사이로 피어오르는 풀냄새와 신발의 마찰로 일어나는 발바닥의 자극이, 폴더를 잊어버린 파일 같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시킨다. 무엇보다 내 의지대로 사지를 흔들며 원하는 속도와 거리를 무신경하게 정할 수 있어 자유롭다. 그렇게 잠시 마음속에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어본다.


작가는 달리기 예찬이나 권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어쩌면 나같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사람을 보며 뿌듯하지 않았을까. 책만 팔고 끝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을 쓴 숨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나의 글에는 어떤 목적과 의도가 담기면 좋을까. 새삼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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