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 발톱찍는 딸아빠들의 감성 메모
‘머리를 긁고 싶다’ (햇살 아빠)
머리가 간지럽다. 그러나 긁을수 없다. 내 양손은 45일차 아기의 머리와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젖병에 모두 점유되었다. 다행히 환경은 쾌적하다. 24도, 50% 온습도를 유지한 덕이다. 새로 산 마샬 스피커의 음질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한다. 아내가 능숙하게 만들어준 연유라떼도 한 모금 마셨다. 이쯤이면 꽤나 만족스러운 주말 오후다.
그런데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게 많다. 책을 읽고 싶다. 인생을 재발견하자며 옥스퍼드 노석학이 던진 질문의 답을 같이 찾고 싶다. 이사 온 동네를 산책하고 팔굽혀 펴기를 30개 더 하고 싶다. 처제가 공유해준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 다이나믹한 부부의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최근 구독한 이번달 에스콰이어의 열페이지째를 넘기고 싶다. 상사에게 제출할 주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다. 백종원 티비에서 배운 마늘볶음밥을 복습하고 싶다. 완충된 다이슨의 엔진 성능을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잠시 미뤄야 한다. 분유는 잘 먹었으니 트름도 시켜 잘 준비를 시켜달라는 구애의 눈빛이 곧 내게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누운 아이 덕분에 잠시 한숨을 돌린다. 하고 싶은게 많지만, 못 한다고 불평하진 않는다. 그리고 나보다도 더 아이만 바라보고 지내는 아내의 고충을 떠올려본다. 매번 머리를 긁지는 못해도 내 품에 꼬옥 안긴 이 작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순간이 소중하다. 어차피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여러 선택지 중 가장 가치있는 일을 해야하지 않은가. 이번 주말은 여러 계획들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상위의 행복을 누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