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2) Am 26. September in Berlin
소분의 미학
서걱서걱 탁탁탁
가득 장봐온 채소 꾸러미를
투박하게 썰고 나눠 담아요
후두둑 쏴아아아
살짝 열어놓은 창밖 빗소리
손끝에 산뜻함을 보태네요
곁들여 볼륨을 키운 라디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면
도마 위 더해진 새뜻한 힘
내일도 빗방울을 만나니까
어느새 다했네요
머리는 잡념을 비워내고
냉장고는 든든해졌군요
한주를 거뜬히 먹여살릴
신성한 준비를 마쳤어요
가득 채운 이 용기들은,
어쩌면 살아갈 용기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