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철거 시작. 일주일이 넘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닐곱 명의 인부들이 뜯고 버리고, 벽을 자르고 긁어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철거를 시작하기 전에는 맞닥뜨린 금액에 놀라 비싸다고만 여겨졌는데 현장에서 작업 과정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나니 한껏 오른 폐기물 처리비용에 난이도 높은 작업자 인건비까지 이렇게 받을라고 하겠구나 싶었다. 일단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니 아낄 재간도 없고.
꾸미기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며 내실을 다지는 공사다. 어딘가에서 물이 스미는 것 같아 일단 벽부에 난 크랙을 꼼꼼히 찾아 모두 메우고 방수를 하는 것이 이 리모델링의 목적이었다. 크랙이 간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의미 없이 붙은 외장재를 스카이 장비를 타고 모두 떼어 냈다. 물이 들이치는 옥상 철문과 일 년에 꼭 한 번은 바람에 휘둘려 큰돈 들어가던 중앙 출입구 강화유리도어 그리고 세월의 묵은 때 가득한 녹슨 난간도 우선 철거 대상이었다. 공간마다 억지로 끼워 맞춘 싸구려 간이 부엌 설비와 자재상에서 말리는 값싼 자재로 구성된 화장실 위생도기들도 싹 다 들어냈다. 보다 여유로운 공간 활용을 위해 각 룸에 있던 다용도실의 중문을 떼어 내고 실내 공간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1층 입구 현관에서부터 이어진 복도의 글로시한 현란한 무늬의 도기질 타일을 모두 바꾸고 싶었지만 뜯어내면 철거도 마감도 어마 무시한 비용이 들기에 초반에 깨끗이 마음을 접었다. 어느 정도 미운 구석은 수용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꼭 필요한 벽면만 손대기로 했다. 모두 다가올 후폭풍, 뒷감당을 고려해서다.
매년 제주 강풍에 힘없이 휘청이던 중앙 출입구 강화유리도어와 현란하고 칙칙한 무늬의 타일
철거는 이층보다 일층에 집중했다. 해가 덜 들어차는 일층의 각 공간에 온기와 밝음이 가득 들어찰 수 있도록. 남쪽과 서쪽으로 만 허리 높이의 창을 철거하고 아래턱을 낮추어 창을 한껏 키웠다. 그리고 공간 각각이 개방성을 가지는 동시에 독립성을 가질 수 있게 디자인한 개별출입동선에 따라 창이 있던 벽을 잘라 출입문을 넣을 공간을 만들었다. 일 층 투 룸에 있는 애매한 사이즈의 두 개 룸은 벽을 터 하나의 큰 룸으로 만들어 가족 단위의 주거를 위한 공간에서 미래에 상업적 액션이 가능한 공간으로 다시 큰 틀을 짰다.
허리 높이 위로 난 창을 크게 키우기 위해 창 아래의 벽을 털어내고 애매한 사이즈 방 두 개 사이의 벽을 털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내부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을 따라 심어놓은 나무와 넝쿨도 정리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방수도 페인트 작업도 진행할 수 없게 되니 어떻게든 해야였다. 높은 담벼락 위에 마구잡이로 자란 수목정리는 아무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철거팀에게 스카이 장비가 올 때 작업해달라고 읍소하여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탓에 부르는 게 값인 형국. 견적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터라 고스란히 추가금이 발생했다.
그 후 각 공간에 있는 다용도실 천장 철거 추가, 타일공사 끝나고 마지막 마무리 폐기물까지 철거에만 3회에 걸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