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가 틀을 짜고 나면 벽부와 틀 사이 틈을 미장으로 메우는 작업이 뒤따른다. 방수액이 섞인 시멘트를 틈 사이 꼼꼼히 넣어 굳힌 뒤에야 유리를 끼울 수 있다. <강정동>은 미장이 마르고 굳은 뒤에도 유리를 끼우지 않았다. 타일/설비/페인트 등 멀고도 험한 마감 공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창호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해 유리를 끼우는 것은 나중에 일정을 다시 맞추자고 했다.
L사장님의 연계로 미장팀이 들어왔다. 벌써 11년 차 파트너 L사장님. 작업이 있는 날이면 현장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가스 공급업체를 바꾸고 철거 단계에서 구조상 맞지 않아 끊은 가스 배관을 다시 연결하고 설치하는 것, 가스통을 좀 키우고 업그레이드하면서 가스통을 올려둘 공간을 정비하는 것 등등등.
"저쪽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요?"
L사장님 : "왜?"
"옆집 에어컨 실외기도 보이고, 여름엔 더운 실외기 바람도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저 옆집이 진짜 참 싫어요"
L사장님 : "그럼 쌓아야지"
담은 신고나 허가를 득하지 않아도 되는 최대한 높이로, 옆집에서 땅을 침범했네 안 했네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면적이 좀 줄어들더라도 확실히 안쪽으로 들여 쌓기로 했다. 어차피 미장이 들어와 있으니 이때 하자. 재료비에 약간을 인건비를 보태면 큰 부담이 없을 것 같다는 계산이었다. 12인치 샌드위치 블록으로 180cm 정도의 높이로 쌓아 올리기로 했다. 쌓는 김에 가스통을 올려두는 곳 도 시멘트를 채워 한 단을 완전히 올리고외부에서 가스통이 보이지 않도록 벽을 세웠다. 정말 무서운 말이다.' 하는 김에'. 돈 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하는 김에 하지 않으면 나중에 꼭 후회하더라는.
하는 김에 12인치 샌드위치블럭을 저렇게 쌓아 담을 만들 예정
벽을 쌓으니 보란 듯이예상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작업장을 오픈해 놓고 오일장에 간 사이 옆집에서 항의하러 왔다. 술에 취한 듯한 남성이 소란을 피우더니 조금 있다가는또 다른 동네 할배가 불법 아니냐며 줄자를 들고 나타났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사장님들이 대신 방어해주다 결국 경찰을 불렀다나. 담 높이는 범법의 사이즈가 아니기에 문제가 없었고 옆집은 자기 쪽으로 갑자기 생겨난 벽에 기분이 나빴던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늘 누가 신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법한 것은 절대 하지 않는 버릇이 이번에도 나와 <강정동>을 지켰다.
눈도 마음도 편안해진 담벼락 있는 집
그렇게 쌓아진 벽은 이번 리뉴얼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자금에 쫓기는 와중에도 이건 정말 잘했다,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 되뇐다. 벽 하나로 코너의 집이 좀 더 프라이베잇 해졌고, 시각적으로 잡다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