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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Oct 11. 2022

프로젝트 강정동

제10화  끝없는 마감

유행, 그게 참 우스운 거다. 아무리 당대 최고 당대 트렌드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유치해지기도 하고 센스 없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모두 무난함을 찾지만 무난한 가운데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강정동>을 지을 당시 제일 무난한 타일을 고른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제일 새로이 싶은 것 하나를 고르라면 타일로 마감된 부분이라 말할 정도였다. 복도, 계단, 화장실, 부엌 정말 다 덮어 없애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모두 바꾸고 싶은 타일들

FM으로 바꾸자니 일단 철거비용에서부터 폐기물 처리, 다시 마감까지 상상초월의 비용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요즘은 건설자재 혼합폐기물도 종류별로 다르게 받는다고 한다. 그중 타일 철거 폐기물이 비싼 축에 속한다고. <강정동>에서 가장 가까운 색달 처리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저 멀리 성산 쪽에서만 받아준다 하여 이동에 따른 비용도 추가해서 받는 듯했다.


철거를 하지 않고 기존 타일 위에 새 타일을 에폭시라는 접착제로 붙기도 한다. 이것을  '덧방 친다'라고 흔히 말하는데 기존의 타일을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덧방을 치는 방식으로 손쉽게 리뉴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덧방이 늘 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려해야 한다. 벽면 상태도 보아야 하고 붙박이장이나 출입문 같은 설비를 보고 가능한지 여러 가지를 면밀히 살피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을 벌이면 매우 난감해질 수 있다. 덧방 접착제와 타일 두께만큼 두꺼워지고 그 때문에 붙박이장 문이 안 열리거나 방문이 안 열리는 경우도 생길  있 때문이다.  


<강정동>은 기본적인 것이 기본 이하의 수준으로 처리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벽면 각도가 안 나오는 부분이나 바닥면의 높낮이 즉 물이 흐르는 방향 구배가 안 맞는 곳 같은.


가볍게 하자했던 처음 계획은 각 룸의 화장실 바닥면과 중문을 없앤 다용도실의 바닥만 덧방으로 바꾸. 화장실은 도기를 다시 다 들어내고 새로 앉힐 예정이니 덧방을 쳐도 무방했다. 다용도실 부분은 기존의 바닥면이 룸의 바닥면보다 한 단 아래에 있고 어차피 룸 바닥면에 맞추어 사모래로 메운 뒤 타일을 시공할 계획이었으니 오히려 기존 타일을 들어내지 않는 편이  낫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덧방 치기로도 문제점 보완이나 마감이 되고 분위기 전환도 가능한 상태였다. 물론 견적도 그렇게 받았다.

덧방으로 무드를 바꾼 화장실 바닥면
중문을 철거하고 기존의 바닥면을 룸 바닥높이와 동일하게 올림 다용도실 타일시공

그러나 처음 철거부터 예산 오버라는 불길함이 감돌았다. 창틀을 철거하면서 맞붙어있던 벽면의 타일 금이 가고  깨져버린 것. 거기에 고심하던 각 룸의 미니주방 구닥다리가 된 상부장을 추가로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길함은 현실이 되었다. 마감이 문제였다. 결국 마감은 해야 하기에 고심 끝에 타일 추가 시공을 결정했다.


거친 철거의 흔적과 추가로 철거된 주방 상부장부분
철거로 파손된 벽면만 새로운 타일로 마감했다. 기존타일과 믹스매치로 괜찮다라고 애써 위로하는 중

다른 것들이 어느 정도 마감이 되어가고 최종적으로 계단과 복도를 가볍게 데코타일로 마감하려는데 주방가구 K사장님이 이런저런 예를 들며 데코타일 시공을 말린다. 요즘 데코타일을 붙일 때 수요성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그 접착제가 온도나 습도 변화에 민감온습도가 높은 여름철엔 데코타일 사이의 틈으로 접착제가 기어올라와 너무 지저분해진다는 것, 또 기존 바닥이 타일로 시공되어있어 타일 모양 그대로 울룩불룩 모양이 다 드러나서 예쁘지도 않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해주신다. 사장님이 보기에 내가 절대 만족 안 할 것이라며 진짜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본인 파트는 아니지만 이유 없이 반대하실 분이 아니기에 더 고민스러워졌다. 또 한참 고심 끝에 결국 또다시 제일 제일 안전하게 타일 마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끝인가 싶었다. 그러나 왠지 마음이 평안하지 않았다. 뭔가 찝찝함 이건 뭐지?! 몇 달 매달려온 그 시간이 아쉬운 건가?!  나 자신에게 반문하는 찰나, 현장 타일 시공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꼭대기 옥상 쪽 벽면 기존의 도기질 타일이 불뚝 솟아 금이 가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다는 말. 현장에 가보니 오-마이-갓. 언제 이렇게 된 건가. 그동안 못 보지 않았을 텐데. 끝나가는 마당에 도대체 왜?! 다시 L사장님과 D철거 사장님이 현장에 다시 모였다. 높은 쪽 타일이라 아시바도 설치해야 하고  새로 시공된 타일이 상하지 않도록 바닥에 보양제도 깔아야 하고 옆에 새로 시공된 타일이나 기존의 타일이 상하지 않도록 그라인더로 잘라내어 조심스럽게 철거를 해야했다. 무자비하게 거칠게 때려 부수듯 했던 처음의 철거와는 차원이 다른 섬세함이 필요로 했다.


결국 타일 시공 4차, 5차에 나누어 처음 예산은 500만 원 미만이었는데 3차까지만 해도 천만 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4, 5차까지 타일 시공 작업을 나누어하는 바람에 육지에서 제주로 들어오는 타일 배송비  횟수만큼 추가로 더 들고, 작업자도 힘들고 이번 공사에서 가장 난해했 시공이었다.


기대한 바가 없기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도 늘 이상적인 결과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지출 계획을 잡은 탓에 불안감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결과물의 완성도가 예산 책정에도 반영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늘 자금은 모자란다. 도대체 왜인가.



제9화 하는 김에

제10화 끝없는 마감

제11화 안색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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