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강정동
제1화 애증의 공간 : 그 간의 이야기들
제1화 애증의 공간 : 그 간의 이야기들
그야말로 애증이었다. 목적과 미래, 꿈과 희망이 없는 공간은 자산이 아니라 그저 돈이 드는 짐일 뿐이다. 생각 없이, 업자가 지은 건물을 주어진대로 소용해야 했던 <강정동>은 십 년 동안 단 한순간도 내 것 같지 않았다. 내 머리 내 플랜 하에 나온 것이 아니기에 컨트롤하기에 버겁고 성가실 뿐이었다. 그래서 다 비워두고 눈 감고 못 본척하며 몇 년을 보냈다. 힘들고 버거우면 우선 눈을 질끔 감아버리는 내 습성 그대로.
그 누구의 애정이 깃들지 않은 공간들은 무미건조했다. 그저 싼 가격으로 손쉽게 들어오는 세입자들은 대부분 무례하기 그지없었다. 한 사람이 원룸을 계약해놓고 네댓 명이 들어와 살거나 한국 사람이 몇 달 월세 계약을 해두고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부들을 한방 그득 살게 했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가 사는 것도 다른데 외국인 인부들이라니… 매일 튀겨낸 음식을 해 먹었는지 도배며 장판이며 기름에 찌들어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수익은커녕 품이 더 드는 통에 월세 수입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수익은 포기하더라도 공간은 사람이 들어야 온기가 돌고 유지 관리가 되니 전세로 전향해봤지만 또 다른 상황들이 다가왔다. 월세 세입자는 월세 세입자대로, 전세 세입자는 그들대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다. 업자가 대충대충 지은 건물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고 사람은 사람대로 싫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지칠 대로 지쳐갔다.
임대업으로 발생된 수입을 누가 불로소득이라고 하는가. 임대업도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닿았다. 많은 사람들이 큰 힘 안 들이고 버는 건물주가 꿈이라고 한다던데. 내가 경험해본 결과 불로도 아니고 그 행위조차도 가능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불가능하다 자체 판정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에게도 본업을 내려놓는 시간이 찾아왔다. 젊음을 대변하는 체력이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좀 쉬었다고 생각이 들 때쯤 여유가 찾아들고 그토록 애증 했던 이 공간에도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직접 컨트롤하던 사업체를 내려놓고 잠시 쉬는 동안 <강정동>을 다시 보고 내 식으로 소화하고 감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다시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끝이 아니다. 공간 역시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쉬고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살아 숨 쉬는 시공간’ 이것을 프로젝트 <강정동>의 궁극의 목표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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