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도의 철수, 피부에서 내장으로
유아가 태어난 후 첫 1개월(정상적 자폐단계)과 그 이후 5~6개월(공생단계)에 있는 동안 어머니는 그 아기가 일평생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첫째, 유아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둘째, 유아에게 정서적 돌봄과 어머니와의 유대감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
유아는 양육자와의 상호 의존과 심리적 융합 상태를 경험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조건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공생단계에서 아기에게 적절한 수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아의 내장 감각 발달에 장애가 발행하게 된다.
이때의 발달 장애는 잠시 배탈이 나듯이, 잠시 설사하듯 하는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일평생 살아갈 심리적 및 생리적 구조를 형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평생 미치는 장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본능적 감각은 자아를 발달시키고 외부 세계와 자아를 구별하게 되며, 외부 세계에 대한 상호작용 및 적응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러한 감각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유아는 고통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충족되지 않은 본능과 그로 인한 고통은 아이에게 분노를 쌓게 만든다.
분노는 특히 배고픔의 만족과 관련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에서 발생한다.
불충분한 수유를 만성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아이는 화를 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성향을 지속시킬 있으며, 그 성향은 그의 고유한 성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핍을 경험한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미래의 결핍을 두려워하게 되는 결과, 과식 및 음식 비축에 대한 강박이 생겨 음식 관련 행동의 자기 영속적 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으로 조금만 불안한 사건이 발생하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람의 심리가 바로 그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등으로 필요 이상으로 투기를 하는 심리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 불안이 어디서 왔겠는가?
바로 그 출처는 유아기 공생단계에서 내장감각이 발달하지 못해 결핍을 가지게 되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생단계에서 일단 내장감각이 잘 발달해야 그다음 단계에서 피부감각 발달이 일어난다.
생후 첫 1년이 지나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피부감각 발달이 일어나는 것이다.
위니캇은 이 과제를 <인격화>라고 불렀다.
사람이 인격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바로 정신과 몸이 하나가 되어 정서적, 생리적, 정신적, 영적 순환대사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아에 대해 어머니가 마땅히 잘 돌봐야 하는 돌봄을 잘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개인에게 조현병이라는 심각한 증상에 빠져들 수 있다.
정신이 분열되는 증상이 아니어도, 사람에게 분열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서 따로, 생리현상 따로, 정신 따로, 영성 따로... 모두가 따로 놀 수가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돌봄의 부재로 첫 1년이 될 때, 하나의 온전한 유기체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성장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된다.
어머니의 어느 정도의 돌봄으로 내장 감각 발달에서 피부감각 발달로 넘어오게 되면서 정신분열증(조현병)은 면했다 치자.
어머니의 정서적 정신적 생리적 영적 분열 상태가 원인이 되어, 충분히 온전한 통합된 유기체를 형성하지 못했다 치자.
성인이 된 그(녀)는 삶이 위기에 처하게 될 때, 특히 관계상실의 위기에 처하게 될 때, 또는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정서적 교감이 멈추게 될 때, 인격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분열되어 리비도가 철수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어느 날, 한낮의 불협화음이 흘러가던 시간, 작은 방 안에서 그녀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하려 노력하지만, 손에 든 빗은 머리카락의 쓸쓸함만을 반영했다.
길게 흩날리는 머리카락들은 무질서하게 엉켜 있었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빗의 가는 방향으로 머리카락들은 모이지 않고, 더욱 뒤얽혀서 아무런 모양도 드러내지 못했다.
흐릿한 햇빛이 창문 너머로 들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어보려고 하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윤기가 없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져보자 머리카락들은 쓸쓸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퍼석한 상태였다.
그녀에게 우울증의 그늘이 드리운 것이다.
단지 머리카락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건조해지면서 가뭄이 들어 땅이 갈라지듯 그동안 없던 무늬가 여기저기 생겨났다.
화장을 해도 화장을 받지 않아 화장이 얼굴에서 겉돈다.
손바닥에는 마디마디 굳은살이 맺혀 있고, 손톱은 마치 무좀에 걸린 손톱처럼 툭툭 부러져 나간다.
손톱깎기로 손톱을 깎아 봐도, '짤깍'하는 순간 손톱 파편은 저 멀리 날아가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얼굴에 미소를 일부러라도 미소를 지어 보려고 거울을 보니 썩소로 변하면서 스스로에게 안타까움만이 눈동자에 비쳤다.
그녀의 내면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지만, 온몸이 어두운 심령을 드러내고 있다.
정신이 떠난 신체!!
그녀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동안 그녀의 피부에 머물러 피부 경계를 잘 세우고 있던 리비도가 우울증이 들어오면서 내장으로 철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리비도가 유아기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리비도는 정신의 에너지인데, 리비도가 철수되면서 정신도 함께 철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위니캇의 용어로 바꾸면, <인격화의 철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