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들.
미리: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한 두 달 전부터 어깨도 결리고, 팔꿈치도 시렸다. 12kg 나가는 우래기를 안고 하루를 보내다 보면 관절 마디마디가 피로해졌다.
아파도 참았다. 엄마라면 으레 육아 중에 오는 당연한 아픔이라고 여겼다. 간헐적인 통증이라 한의원에 찾아가는 것도 사치 같았다. 병원에 다녀오려면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 왜인지 그런 시간조차 욕심이라 여겼다.
하지만 준비를 해야 했다. 다음 주 첫 항암이 시작된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워질 터였다. 카페에 검색을 해봤다.
‘항암치료 중 침’, ‘침 맞아도 되나요?’ …
결론은 반반이었다. 교수가 괜찮다고 했다는 분과 감염의 문제로 맞지 말라고 했다는 분.
아, 치료도 치료지만, 감염… 나는 이제 면역력이 약해지고 감염에 취약한 사람이 될 것이다. 왠지 서글퍼졌다. 양방과 한방의 치료방법 차이로 인한 대립, 뭐 그런 것을 생각했건만, 감염의 위험이라니… 이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종종 다니던 한의원이었고, 어깨에 침을 맞은 적도 있어서 바로 치료실로 가도 됐겠지만, 원장님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진료를 보겠다고 했다. 아픈 곳을 설명하자 손목을 구부려보셨다. 여기저기 눌러보며 살피시더니 다행히도 테니스엘보는 아니라고 했다. 만성으로 가진 않을 거라 단순한 근육통 치료를 받으면 곧 나아질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살며시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는데 침이 괜찮겠냐고 물었다. ‘많이 놀라셨겠네요, 수술할 곳은 어느 방향인가요?’ 라고 물어오셨다. 수술할 곳도 왼쪽, 아픈 팔도 왼쪽이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항암 중에도 만약 팔이 아프면 치료는 받을 수 있겠으나, 수술할 가슴의 방향과 반대 방향이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같은 방향은 위험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무엇보다 ‘기력’이 없어 힘들 거라는 말도 하셨다. 맞다, 침 맞는 것도 체력이 꽤 소모된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 같지만 맞고 나면 뻐근하고 반드시 휴식이 필요한 치료법이다.
엎드린 채로 어깨와 팔꿈치에 뜨거운 찜질-물리치료-침-부항을 받았다. 간간히 눈을 감고 졸았는데 어찌나 꿀잠이었던지 일어날 즈음에는 너무 개운했다.
노곤노곤한 몸을 일으켜 결제를 하러 카운터 앞에 섰다. 신용카드를 돌려주며 꼭 그 위에 밤만주 하나를 얹어주신다. 그게 별거 아닌데 손에 꼭 쥐고서 병원을 나올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소아과에서 치료 잘 받았다고 아이에게 주는 사탕 같은 밤만주. ‘다음에 또 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첫 항암 전까지 매일 올 생각이다. 나는 한동안, 적어도 1년은, 침을 맞는 게 몹시 조심스러울 테니.
23.08.07. 월요일.
태풍이 온다. 온 관절이 시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