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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창 Feb 10. 2023

EP.02 눈 딱 감고 1년만 해보죠.

뇌봉전별 (雷逢電別)

숨겨진 지하 공간이 매력적인 합정 소재의 '빌리프커피로스터스'



- 1 -

2022년 10월 12일(수)의 기록.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력도 높아지고, 천장이 낮을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새로운 영감과 자극이 필요하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그러한 대화를 나눠야 할 필요성이 느껴질 때에는 천장이 높은 카페나 공간, 바깥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언제든 바깥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가거나 정말 바깥을 하염없이 돌아다닌다. (바깥의 천장은 무한이니까)


2022년 하반기에는, 회사 근처였던 합정역 부근의 '3층짜리 할리스 카페'와 '지하 아지트 같던 빌리프커피로스터스'가 우리의 주요 무대였다.








- 2 -

2022년 10월 20일(목)의 기록.


합정 소재의 <카밀로 라자네리아>

살짝 꺼졌던 우리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 곳.


겉은 바삭하게 구워져 있고, 속은 촉촉했던 인생 첫 라자냐.








- 3 -

2022년 10월 25일(화)의 기록.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대부분의 멤버들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했던 가장 큰 원인은 '커리어 공백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렇게 다들 걱정이 앞섰던 이유는 퇴사와 면접 사이 짧지 않은 기간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을 때 면접에서 반드시 '왜 퇴사했고, 쉬는 시간 동안 어떤 것을 했냐'라는 질문이 반드시 나올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일들을 유의미하게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빗대어 봤을 때 대체로 솔직하지 못하게 답변하게 되고 나 스스로가 위축되는 경우를 다들 많이 느꼈으리라.


또,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과 '그렇게 해야 성공한다.'라는 무의식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한국어대사전에 적혀있는 커리어(Career)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겪어온 일이나 쌓아 온 경험'을 뜻한다. 그리고, 공백(Gap)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 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인이 세워지지 않은 회사의 형태로 모였다는 이유로 함께 할 과정이 '커리어 공백'일까를 생각해 본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Success is the ability to go from one failure to another whith no loss of enthusiasm)'라는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시련과 역경, 실패가 주는 좌절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들을 남들이 해보지 못한 베네핏(Benefit)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더더욱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각자 안정적인 삶을 위해 안전한 선택지만을 고르게 될 나이가 분명히 올 것이며, 그럴수록 가슴 뛰는 아이디어를 가진 유능한 사람들이 한 뜻으로 독립을 도모한다는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1월부터 12월, 눈 감고 딱 1년만 해보죠."

  "1년 안에 잘 안되면 어떻게 해요?"

  "새 게임을 만들거나,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는 거죠. 우리는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능력 갖추고 있잖아요?"





10월 28일(금) 점심시간 동료들의 깜짝 퇴사 선물. 호두 파이 진짜 맛있었는데.




- 4 -

2022년 10월 28일(금)의 기록.


제(齊) 나라 선왕이 천하 인재를 받아들이다는 소식에 군주보다 국가가 귀하고, 국가보다 백성이 소중하다는 신념을 가진 맹자(孟子)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펼치고자 제(齊) 나라로 들어갔었다.


제(齊) 나라 선왕은 부국강병을 꿈꾸고 있었는데 맹자(孟子)의 정치는 이상적이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맹자(孟子)의 인품과 재능이 너무 뛰어나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맹자(孟子)는 선왕이 자신의 사상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여겨 떠나기로 한 맹자(孟子) 공손추(丑) 편의 이야기의 마지막처럼 입사한 지 8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결정한 요인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무엇이 중요하랴.

결과적으로 8개월간 재직했던 회사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난 스스로 인복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남는다.

왕십리 소재의 첫 회사도 그랬고, 판교 소재의 두 번째 회사도 그랬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여전히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남는 만큼, 나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본다.




10월 28일(금) 사내 메신저 마지막 메시지




비록 벼락같이 만나서 번개같이 헤어졌지만,

이런 감성을 가지고 계신 줄 알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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