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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창 Jul 09. 2023

EP.04 내년 한 해동안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송구영신 (送舊迎新)

신도림 디큐브시티 모처의 사전 미팅 이후 함께 나눈 저녁 식사




- 1 -

2022년 12월 9일(금)의 기록.


다음 주 월요일, 샌디플로어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신도림 디큐브시티 모처에서 사전 미팅을 가졌다.


법인 이름까지 염두한 최종 예비창업팀팀 이름은 '샌디플로어(SANDY FLOOR)'로 결정되었다.

모래사장(SandBox)에서 이뤄지는 '창작자의 자유로운 창작이, 플레이어들에게는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모래사장(Box)이라는 작은 틀을 뛰어넘어 더 큰 단위(Floor)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뜻을 담았다.


성공한 프로젝트와 게임으로부터 거위의 배를 갈라 당기순이익을 바로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공동창업자들의 최소한의 이익분배와 이익의 최대 재투자를 통해 워너비 게임을 만드는 데에 조직의 규모와 크기를 키우고 5년 안에 한국 인디게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로 성장하는 목표를 함께 얼라인(Align)했다.


솔직히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위와 같은 결의와 다짐이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목표를 가지고, 되새기다 보면 우리가 가진 잠재의식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는 사무실이 정말 깨끗했구나




- 2 -

2022년 12월 12일(월)의 기록.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무실 입주를 진행한 날.

오전에는 근처에 있는 이마트에 들려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오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날이라 본격적으로 일하기는 좀 그렇고, 와이파이 세팅, 각자 컴퓨터에 필요한 환경 세팅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주 어느 날 눈이 펑펑 내렸는데, 우리의 멋진 시작을 응원받는 느낌이 들어 명한님이 없을 때 명한님의 자리를 배경 삼아 한 컷 찍어봤다.




눈이 오는 날 사무실 통유리가 주는 운치




<GREAT TOY SHOWDOWN>을 만든 샌디플로어의 창업 초기 버킷리스트 Ver.1라고 하자.




- 3 -

2022년 12월 14일(수)의 기록.


쑥스럽지만, 이런 것도 했다.

비전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2022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이때에 어떤 목표와 방향성을 잡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창업 초기의 우아한 버킷리스트 ver.1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게임을 통해 유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팀의 큰 방향성중 하나에 맞춰 2023년의 목표를 표현하는 것도 딱딱한 KPI나 순이익이 아니라, 좀 더 직관적이고 와닿는 목표로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어차피 저런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암묵적으로 그에 맞는 회사의 매출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모르는 게임 스타트업에서 설득력이 없는 수치와 이야기보다는 하나하나 지워갈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고 팀과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는지 각자의 바람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샌디플로어는 아래와 같은 목표를 정했다. 내년 한 해동안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까?

- 월급 받기

- 회사 돈으로 장비 바꾸기

- 더 좋은 사무실 가기

- 점심 저녁 먹을 걱정 없애기

- 오사카에 있는 슈퍼 닌텐도 월드로 해외 워크샵 가기

- 회사 단체티 입고 슈퍼 닌텐도 월드에서 단체 기념사진 찍기

- 샌디플로어 실물 굿즈 제작하기

- 샌디플로어 팀 단체티 제작하기

- 우리 팀과 회사 이름을 떳떳하게 자랑하고 다니기

- 게임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회사가 일조하기

- 지인이 들어봤을 정도로 큰 회사로 성장하기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벽에서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떼가는 방식이다.

내년 이 맘 때까지 팀이 생존하여 어엿한 회사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모든 포스트잇을 떼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2024년 버킷리스트를 고민하고 하나하나 채워가는 내년의 샌디플로어 모습을 기대해 보자.




이전 직장의 동료 Jerry님께서 개업 기념으로 보내주신 구호물자의 일부




- 4 -

2022년 12월 21일(수)의 기록.


내 게임 플레이 인생에 가장 큰 공로를 해준 이전 직장의 동료 Jerry님께서 개업 축하한다고, 초코파이와 펩시 제로를 선물해 주셨다. 좋은 거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금액이 뭐가 중요할까.

이런 좋은 일이 있을 때 기꺼이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된다.


w/ 디자이너 민서님이 꼭 넣어달라는 첨언

- 초코파이는 제가 좋아하는 파이류 과자 중 탑 3 안에 들어요.

- 700와트 전자레인지 10초 데워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게임의 첫 번째 컨셉샷




- 5 -

2022년 12월 28일(수)의 기록.


지금까지는 아이디어만 주구장창 이야기 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아이디어가 시각적으로 대략 어떤 모습을 가지면 좋을지 이야기하고 동기화해야 할 필요가 느껴져서 아티스트 민서님께 우리의 컨셉샷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2월 28일, 첫 번째 컨셉샷이 탄생했다. 개발 진척도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시기에 첫 번째 컨셉샷이 나와서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이때의 감정에 대해 프로그래머 명한님과 아티스트 민서님한테 물어봤는데, 이 컨셉샷이 완성이 된 게 새벽이었고, 새벽에 사무실에서 둘이 보는데 우리 게임 너무 이쁘게 잘 나왔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고 다음 날 출근해서 나한테 보여줬는데, 크게 만족하는 티를 내지 않지 않아 조금은 섭섭했다고..


(첨언 : 작성하고 현시점인 2023년 7월의 컨셉이 첫 번째 컨셉샷과 많이 바뀌었기도 하고, 지금 그래픽 스타일에 대해서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는 상태이다.)




굿바이 2022




- 6 -

2022년 12월 30일(금)의 기록.


일 년이 끝났다. 올 한 해도 꽤나 스펙터클했다.

한 회사에 정착하면 오랫동안 일하던 이전 커리어의 방향과는 다르게, 올 한 해에만 벌써 몸 담았던 소속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리고, 도전의 크기도 굉장히 커졌다.

좋은 조건과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성공 확률이 낮은 위험한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세 명의 팀원이 곁에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분명한 사고를 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앨리스가 빠진 토끼굴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설레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23년은, 2022년의 우리보다 더욱 찬란하길.





예비창업팀 'SANDY FLOOR'가 제작하고 있는 게임을 소개합니다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2319940/GREAT_TOY_SHOW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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