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2023년 4월 6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사무실이 좁은데 구호 물품 음료수와 간식이 주구장창 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디다가 놔야 하나. 유통기한 안에 다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버렸네요.
항상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희 잘 되라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마음 잘 받아서 진짜 좋은 게임 만들고 10배로 갚겠습니다!
2023년 4월 20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위 사진은 첫 출장을 기념하며 각 팀원의 특징을 동물에 빗대어 그려주신 그림이다.
우리는 창업진흥원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예비창업팀의 서류 평가에 합격했고, 주관기관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발표평가를 하기 위해서 대표로 대구로 잠시 떠나왔다.
15분 발표에 15분 질의응답이라는 긴 발표시간이 배정되었고, 진흥원 단위가 아닌 국가 단위의 지원사업을 처음이었어서 발표 내용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질의응답으로 어떤 질문들이 올 것이고 어떤 질문에는 어떤 대답으로 이어가는 게 좋을지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답변을 마칠 수 있을지(혹은 질의응답에서 가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면 질문의 수를 줄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말을 늘어뜨리는 전략을 써야 할지) 정말 무수히 많은 고민들을 한 것 같다.
다른 대표님들과 교류하다 보면, 예비창업패키지나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같은 경우 보통 회사 일을 하다가 가볍게 도전해 보는 영역이라 돼도 어떻게 할지 고민, 안 돼도 그만 이런 식으로 사업을 많이 접근하시더라. 하지만 우리는 이게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안되면 접자라는 마인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미 모든 사업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이걸 왜 하고, 어떻게 Value-up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게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행인 것은 발표평가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나왔던 대부분의 질문은 우리가 이미 한 차례 고민을 해왔던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어서 큰 문제없이 답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사실 장 내 분위기가 화목해졌던 것은 한 심사위원분의 질문으로부터였다.
"앞으로 PC/콘솔 게임을 개발해야 하면 게임 칩이 필요할 텐데, 게임 칩 생산라인은 이미 확보해 두셨나요?"
2023년 4월 26일(수) 리더 이종창의 기록.
2016년에 구매했던 맥북이 수명을 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큰 마음먹고 새로운 맥북을 구매했다.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지출이 피 같지만 더 나은 환경과 가치를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고 맥북의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만 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맥북아 앞으로 7년을 잘 부탁해!
2023년 5월 11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날씨 조금만 바뀌기만 하면 상당히 골골댄다. 장염 걸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름 감기를 달고 산다.
사업은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이거늘 건강 생각하면서 해야 하는데 자꾸 방심하다보면 무리하게 된다.
명심하자! 가늘고 굵직굵직하게 가면서도 길게 가자!
2023년 5월 12일(금)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게임도 개발하고 있겠다 무슨 게임들 전시되어 있는지 답사 차원에서 PlayX4로 팀 전체가 놀러 갔다.
그중에 Nintendo Switch 게임 데모를 플레이할 수 있어서 갔었는데 닌텐도 기기로 오락실 가서 하는 낚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콘솔 종주국답게 일본 게임들은 조이스틱에 대한 활용 방법을 다방면으로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하드웨어에 진짜 진심이구나 싶었다.
2인 경쟁 게임이었다 보니 종창님이랑 갑자기 점수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하셨다.
눈앞에 물고기 보고도 놓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그걸 신기하게 쏙쏙 다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도 게임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ㅋㅋ 몇 판 이기긴 했지만 큰 물고기 몇 번 놓치는 사람에 대패하게 되었는데 서로 이 악물고 게임하는 모습이 꽤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우리 게임도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할 수 있는 그날까지!
2023년 5월 16일(화) 리더 이종창의 기록.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신청할 때부터 선정되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선배 대표님들이 예비창업패키지를 이야기할 때 게임 업계는 선정되기가 어렵고 소부장이나 B2B/B2C SaaS와 같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1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예비창업자들이 유리하다고 말씀을 주셨다. 또 쾌락이나 독창성, 예술성, 게임성 같은 것들은 심사위원들이 잘 알지 못해서 뽑히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들도 수두룩하게 들었다.
그러면서도 게임 업계는 왜 못 받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몇 가지 전략을 세웠는데,
우리가 우리 사업에 대한 올곧은 고집은 가지되 지원사업에 부합하고 요구하는 실적에 우리를 맞추자. 그리고 고 그 실적은 전적으로 ①매출, ②고용, ③투자였고, 추가로 우리가 이미 4명의 Co-founder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이 아이템이 절대로 Pivot 되지 않고 끝까지 제작까지 간다는 점을 어필하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경쟁률 11:1을 뚫고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우리 팀이 최종 선정되었다.
아무리 가난하게 꿈을 향해 달리더라도 최소한의 먹고 살 도리는 하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렸는데 당분간은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 다시 도약해서 달릴 추진체를 얻었다.
2023년 5월 19일(목) 리더 이종창의 기록.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게임아카데미 12기로 선정되면서 판교 오피스 입주공간 지원을 받게 되었다.
앞으로 3~6개월 동안 게임 업계 함께 창업을 시작하면 15팀과 함께 오픈 스페이스에서 함께 게임을 만들고 다양한 교육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2년 만에 다시 방문한 판교라 그런지, 예전에 판교에서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그간 인사드리지 못했던 분들을 찾아뵈면서 근황 소개해드리고 저희 회사와 앞으로 무슨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지 한 바퀴 돌면서 소개해드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23년 5월 25일(목) 만능 디자이너 이서연의 기록.
판교 오피스로 입성한 지 어언 1주일.
민서님, 명한님과 함께 셋이서 야근하다가 갑자기 한 자리에 모여 아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였다.
기존 디벨롭하고 있던 아트 풍채는 모바일스럽고, 본래 타깃하고 있던 계층의 코드와는 상충되며, 사용하고 있는 색감이 너무 다채로워 게임에 집중할 수 없게 다른 곳에 시선을 많이 빼앗긴다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장난감이나 인형과 같은 단색 컬러감을 잘 살리는데만 집중했지, 우리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인 '방'이라는 공간적 요소를 깊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방처럼 꾸며보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게임의 전반적인 뷰를 다락방 놀이방처럼 나무 마루로 변경해 보고, 경계를 둘러싸는 레고 블록들을 나무 장난감으로 바꾸면서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을 테스트해 보게 되었다.
그 결과, 가시성이나 아트가 한 차원 높아진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다.
이 작업은 오후 10시에 시작해서 오전 6시가 되어서야 끝나게 되었는데, 작업 내내 잠이 안 오고 졸린 것을 잊을 정도로 오랜만에 너무 재밌게 작업한 것 같다. 한동안 아트에 대한 길을 잃어서 어떤 방향으로 디벨롭을 해야 하나 확신이 들지 않아 힘들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길이 열리니 심장이 두근대는 느낌이 다시 느껴졌다.
내 옆의 동료들도 나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졌던 순간이다.
프로그래머 현명한의 기록.
이때 사실 같이 하다가 도저히 때깔이 안 나오니까 다들 포기하고 술 한 잔 해야겠다면서 나가셨었는데, 앉아서 이것저것 계속해보고 있었어요. 근데 디렉셔널 라이트로만 구성하니까 도저히 환경 요소끼리 안어우러져서 보라색 계통으로 색깔을 잡아보기도 하고 캐릭터만 비추는 포인트라이트랑 바닥만 비추는 포인트라이트 구분하면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니 꽤 괜찮았었어요.
새벽 3시~4시쯤 해서 민서님, 서연님이 돌아오셔가지고 그때 작업물 보여드리니 다들 좋다 하면서 환호 질러가지고 그때부터 2차 작업에 들어가서 아침까지 불태우다가 행복한 얼굴로 종창님 출근하기만을 기다렸었네요.
리더 이종창의 기록.
좋네요. 한잔해!
2023년 6월 1일(목) 만능 디자이너 이서연의 기록.
찬란했던 5월을 마무리하며.
6월 한 달을 위한 소소한 파티. 다음 달도 달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