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의 아이가 사는 세상이야기
“너 이렇게 말 안 들을 거면 너네 엄마한테 가.”
“너 이렇게 말 안 들을 거면 너네 아빠랑 살아.”
아빠와 살 때는 ‘엄마에게 가.’ 엄마와 살 때는 ‘아빠에게 가.’ 내가 혼날 때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인지,
나를 왜 낳은 건지,
두 사람은 왜 결혼한 것인지.
초등학생 아이의 인생 최대 고민이었다.
아빠와 살고 있을 때, 아빠는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날이면 교무실에 갔다. ‘너무 아파 집에 가겠다고. 엄마에게 전화 좀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했다.
그러면 엄마는 항상 나를 데리러 왔고 난 하루종일 엄마와 놀다가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아빠에게 들키는 날이면 혼이 났다.
"너 그럴 거면 네 엄마에게 가. 너네 엄마랑 살아."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워 엄마와 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빠에게 더 혼이 날 것 같아 꾹 참고 매를 맞았다. 그러다 하루는 참지 못하고 말해버렸다.
"나 엄마랑 살래!"
엄마와 살고 나서도 문제였다.
엄마는 나를 혼낼 때면 아빠에게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아빠에게 가라며 내 옷을 발가벗기고 문 밖으로 내쫓았다.
"너 그럴 거면 네 아빠에게 다시 가. 너네 아빠랑 살아."
..
아니, 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
내 친구는 자신의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라더니 26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난 내 부모보다 잘 사는 것이 꿈이라 결혼이 조심스러우면서 두렵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꽤나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