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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hwan Connor Jeon Feb 09. 2023

서울, 중국, 그리고 미국 - 35

미국에서 교사를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한글로 발행되는 신문이 꽤 된다. 중앙일보나 한국일보가 대표적인데 이들 신문의 미주판 신문은 한국판의 기사에 더해서 미국과 관련된 기사가 함께 발행된다. 미국에 와서 이들 신문들을 보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점이 있었는데 부동산 관련 광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었다. 이런 부동산 관련 광고들은 신문의 몇 페이지에 걸쳐서 빼곡히 전면을 채우고는 했었다. 그 지면을 보면서 이렇게도 많은 한국인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부동산 중개업이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도 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가 시작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이민자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진입 장벽이 다른 사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수수료도 만만찮아서 가격이 높은 부동산의 경우는 1년에 그다지 많지 않은 중계 만으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들 했다.


미국에 들어와서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인이 되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서른이 넘어서 미국에 들어와서 교사를 하고 싶다는 내 꿈이 어쩌면 그들에게 허무맹랑하게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에서 몇십 년을 살아도 제대로 된 영어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서른이 넘어 미국에 와서 언제 영어를 배우고 언제 자격증을 따서 교사를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나도 나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과 갈등을 했었다. 교사 자격증 취득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내가 미국의 교실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이 빠른 시일 내에 준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 확신을 하지 못했었다.


집 근처의 교육청에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만난 교사 M과 V는 스스로에 대한 나의 이런 회의적인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를 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 교사들의 무능력하고 게으른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이들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학급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도 자질도 의지도 없었다. 내가 비록 언어적으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한국과 중국에서의 교직경험과 내가 가진 교사로서의 자질은 어쩌면 내가 이들 보다 더 나은 교사가 되는데 충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M과 V를 경험하면서 황당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이들의 교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안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로 인해 나의 진로가 더욱 명확하게 된 셈이다.


학생들과의 마찰로 학교를 그만둔 V 이후로 교사 A가 발령을 받아 왔다. 아이들은 이 새로 온 교사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게 될까. 나는 희망을 다시 가져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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