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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아빠

아들, 마음 같지 않은

by Seunghwan Connor Jeon

SAT 점수를 더 잘 받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아들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해주었다. 내 나름으로는 나의경험과 모든 지혜를 모아서 이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택지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니 내 말이 그 머릿속에 들어갈리는 만무해 보인다.


아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아빠의 "라떼" 스토리로 많은 인기 얻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들과 재미있게 함께 보고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라고 생각했지만 입시를 1년 앞둔 지금 슬슬 늘어나는 잔소리에 나 또한 이 "라떼 아빠"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괜스레 자기 검열을 하고는 한다.


머리도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인 아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계획을 세워 노력하지 않는" 점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를 않고 어떻게,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몇 번을 이야기해도 귓등으로 듣기 일쑤다. 이제 말을 하고 싶지도 않지만 1년만 바짝 열심히하면 인생이 훨씬 잘 풀릴 수 있을 텐데.


라떼 인증이야. 쓴 글을 읽어보니 나도 라떼 아빠 확정이네.


까라면 까는 정신으로 살아온 70년대 생인 내가 나의 생활방식을 미국에서 태어나 이제 16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 너무 무리인가.


다시는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지만 글쎄, 언제 또 이 라떼 발작 버튼이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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