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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Sep 19. 2023

#1. 팀 이름은 경험 설계 팀

상업 시설에서 고객 경험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팀 이름을 바꿔야겠어요.


어느 날 떨어진 대표님으로부터의 지시사항이었다. '브랜딩 팀' 소속으로 앨리웨이라는 상업 시설에서 브랜드 활동을 전개하던 때였다. 지시 이유는 '브랜딩'보다 '집객'에 더 집중을 하라는 것. 팀 이름이 브랜딩이다 보니, 너무 이미지 메이킹 성 활동(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브랜딩은 기업이 만든 제품/서비스의 자아를 찾는 모든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하는 활동이 '이미지 메이킹'으로 치부되는 건 동의할 수 없었다. 허나 기존 '브랜딩 팀'이라는 이름도 맘에 들진 않았기에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브랜딩은 하나의 팀에서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 모든 조직원이 함께 움직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브랜딩 팀'이라는 이름은 꼭 우리만 브랜딩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렇게 에이전시에서 '네이밍'을 했던 경험을 살려 팀 이름 짓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리 팀에게 바라는 회사의 미션은 '집객'과 '활성화'. 그리고 일반적이지 않되 무슨 일을 하는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붙었다. 배달의 민족 인사팀을 '피플팀'이라 지칭하면서, 단순 인사관리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를 관장했던 것처럼.


일본 쇼난 지역에 위치한 '테라스 몰 쇼난'. 출처 - shonan.terracemall.com

평소 좋은 이름이란 '이름만으로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직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좋은 브랜드 이름이라 생각하는 사례는 일본의 '테라스 몰 쇼난'. 쇼난 지역에 있는 쇼핑몰로 외부와 실내를 연결 짓는 '테라스' 형태가 독특한 건물이다. 공간의 차별화 요소(테라스)와 업의 행태(몰), 거기에 지역(쇼난)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설명하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좋다.


허나 이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브랜드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이름이 촌스러워도 본질이 좋으면 모두가 부르고 싶게 되어있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군필 남자들은 콧방귀를 뀌었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비웃을 수 없는 것이 살아있는 예시 아닌가. 그렇기에 이름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면서, 업의 본질을 대변해 주어 오해를 사지 않는 이름이 최고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우리 팀이 하는 일을 정의하고, 그에서 파생된 이름들을 짓기 시작했다.

우리 팀이 하는 일을 크게 '제공가치, 차별화 요소, 공급자' 관점에서 바라보니 '경험, 문화&가치, 활성화'라는 키워드가 도출됐다. 우리 팀은 타 상업시설과는 다른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이 가치가 고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모든 경험들을 만들어갔다. 결과적으로는 앨리웨이를 더 알리고 찾아오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도출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네이밍을 리스트업 하고, 그중 3개씩 후보를 골라 최종 보고했다.

후보를 고를 때는 최대한 직관적인 것부터 조금은 멀리 간(?) 안으로 구성했다. 1번이 가장 직관적인, 3번이 덜 직관적인 안이었다. 팀 설명 부분은 의도적으로 대표님의 지시사항이었던 '집객'에 포커싱하여 작성하였다. 사실 이름을 만들 때부터 '경험설계'에 꽂혀있던 탓에, 나머지 후보들은 좀 깔아주는 후보로 골랐다. 최종 보고 이후, 의도대로 '경험설계팀'이 선정되었고, 변경된 이름으로 명함이 발주되었다.


앨리웨이라는 상업 시설에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후로 직업을 소개해야 할 때면 위와 같이 얘기하곤 했다.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 실행하는 일부터 온라인 마케팅, 브랜드 요소 설계하는 일까지 소위 '다하는 팀'이었기에 경험 설계만큼 적당한 말은 없었다. 그렇게 앨리웨이에서 고객들의 경험을 만드는 4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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