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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Sep 25. 2023

좋은 사진을 찍는 가장 빠른 방법

'리코 GR3X'를 만나다

모든 물건에는 인연이 있다.

처음 리코를 알게 된 것은 출장에서 회사 동료가 사용하는 ‘리코 GR2’ 모델을 통해서다. 한 손에 가벼이 들고 사진을 찍으며 ‘리코로 찍은 사진만 모아서 전시하는 작가도 있대요’라고 얘기하던 게 기억난다.


그 회사를 나와 이직하면서 나를 위한 선물로 카메라를 사야겠다 생각했다. 불현듯 떠오른 모델이 ‘리코’였는데, 똑딱이 주제에 비싼 가격은 발걸음을 ‘중고나라’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길로 사기를 당했다. 95만 원.

이후 카메라는 쳐다도 안 봤다. 사진 찍기에 아이폰은 충분하다 여겨왔다. 계속 그랬으면 좋으련만, 아이폰 특유의 불빛을 보면 생기는 고스트 현상이 거슬려졌다. 쉬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은 감흥이 없었고, 무엇보다 찍는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기웃거린 카메라 시장에서 다다른 종착지는 또다시 리코. 주머니에 들어 갈만큼 작은 크기와 재빨리 찍을 수 있는 빠른 구동 속도, 보정이 필요 없을 만큼 독보적인 포지티브 필름 모드를 대체할 제품은 없어 보였다.

사기당했던 GR3모델 이후로 3년 동안 새로 나온 모델은 GR3X가 유일했다. 둘의 차이는 화각 뿐. 리코의 고유 화각인 28mm를 처음 40mm로 전환시킨 게 GR3X였다. 핸드폰 사진에 불만을 가진 터라 폰 카메라와는 확연히 다른 40mm의 화각이 끌렸다.


물량 부족으로 신제품은 구할 길이 없어 또 다시 중고나라를 방문. 값비싼 경험 덕에 이번엔 직거래로 거래하여 또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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