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때 즐거운 것과 쓸 때 즐거운 것.
아마도 명탐정 코난이 내가 처음으로 접해본 추리 장르였던 것 같다. 내가 추리물을 좋아한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엄마께 추리소설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의 책을 사주셨던 게 기억난다.
그랬다 보니 그냥, 정말 그냥, 막연하게 추리소설 작가라는 로망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지냈다.
그래서 취미로라도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땐 고민이랄 것도 없이 당연히 추리소설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지 못한 상황이 생겼다.
2n년동안 스스로를 창의력 파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의외로 나는 없던 것을 상상해내거나 창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추리소설은 읽는 것이 재미있지 쓰는 것이 즐겁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최근 와서 알게 된 것 하나 더, 에세이는 전혀 안 읽던 내가 의외로 수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읽는 것이 즐거운 장르와 쓰는 것이 즐거운 장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이래서 사람은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일단 해보고 판단해야 하나보다.
늘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면 의외인 부분 투성이다.
가장 크게 간과하고 있던 것은 내가 계속 변한다는 것.
변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도 계속 바뀐다는 것.
그러니 저번 글과 결론은 똑같다. 그냥 써보자.
일단 지금의 나는,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곱씹어보는 일을 더 좋아한다.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쏟아지는 생각과 상상들을 글로 잘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그러므로 오늘도 눈에 담기는 모든 것들을 오래 바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