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까?
전에는 없던 감정이 생겼다. 한 주의 일을 마친 후 주어지는 금쪽같은 휴일.
그 시간들을 전처럼 스스로에게 무해하고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안감, 도대체 너 어디서 온 거니?
언제부터였을지 무엇이 계기였는지 곰곰이 떠올려봤으나 잘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부터 조금씩 스며들던 것들이 이제는 나의 하루를 압도해버렸다.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땐 정신이 없어서인지 그냥 어서 할 일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막상 쉬는 순간이 오면, 온전히 휴식을 취한 날이면 그 하루 끝자락에 어김없이 불쑥 찾아오는 불안감 때문에 이유도 없이 잠을 못 자는 날들이 늘어났다. 이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서른이라는 숫자에 갇혀버린 채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만 키워내기 바쁜 현재. 나만의 속도가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 보지만 왜 그리 조급함은 가시지 않는 건지.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서른의 저주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저주의 부산물로 불안감이라는 찰거머리까지 붙어버리다니 젠장.
최근에 유튜브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강연을 봤다. 오로지 감정에 휩싸여서 질질 끌려다니며 살 줄만 알았지 감정을 도구로 이용해볼 생각은 전혀 못해본 나에게 그 강연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행복을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면 역으로 불안감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소소하게 진행된 혼자만의 프로젝트 '불안하면 무엇이든 해봐요'
마음 한가득 불편함을 안고 휴식을 취할 바에야 차라리 피곤함에 절어 살기를 선택했다.
번아웃의 시대에서 스스로 번아웃을 자초하다니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조금 더 바삐 살다 보면 다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될까? 답은 알 수 없지만 불안감과 무기력에 지는 것보다야 나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일단 써봅니다.
대한민국 청춘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