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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이네 Jun 02. 2024

판교직장 신혼부부의 1주택 갈아타기 여정

분당, 평촌, 인덕원, 수지, 구성남 임장기

하나. 갈아타기를 결심하다.


결혼 후 평촌 구축 소형아파트에서 거주한 지 어언 6개월 차. 

원래 나의 창대한 계획은 이곳에서 최대한 오래 거주하면서 종잣돈을 모아 다주택 매수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럴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는 시드를 모아 '똘똘한 한채'로 갈아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1~2년 동안 다주택 공부를 하면서 이곳저곳 임장을 다녔는데 막상 갈아타기를 결심하니 (지쳐서) 그냥 적당히 괜찮은 2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남편이랑 미래에 태어날 내 새끼랑 알콩달콩 잘 지낼 그런 집.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이러했다. 

1. 7억대 

2. 20평대

3. 직장(판교) 40분 이내

3. 친정집(의왕) 30분 이내

4.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 

5. 전고점대비 20% 하락한 상대적으로 싸다 느껴지는 아파트 


평촌 14평 신혼집 


둘. 후보지는?


후보지는 판교 출퇴근 30~40분 이내로 가능한 분당, 수지, 인덕원, 평촌, 구성남으로 추려졌고, 이미 임장을 해서 잘 아는 지역들이라 지역 내에서 좋은 아파트 후보를 뽑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이때가 전고점에서 20~30% 하락한 뒤 다시 매수세가 붙어서 10% 정도 올라온 조금은 안 싸 보이는(?) 시기라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몇 달만 일찍 샀으면 몇천은 아꼈을 텐데..' 라면서. 결과론적인 생각이다^^;;


열심히 조사했던 이사 아파트 리스트


우리 집이 될뻔한 세 집을 소개한다. 


첫 번째 단지는 내가 익숙하고 좋아하는 동네 의왕 내손동 인덕원 e 편한 세상 더퍼스트이다. 

(너나위 투자지로 유명하다.) 임장을 가보면 알겠지만 초등학생 자녀 키우기에 너무 좋은 동네다. 인덕원에서 가장 대단지에 연식이 좋은 아파트라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다. 내손동 좋은 건 알고 있었고 부모님 집이랑도 가까워서 우리 가족이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4단지(4개 단지 중 두 번째 선호단지)에 중층/남서향/B타입/특올수리/신혼부부 거주 매물이 있었는데 더 좋은 단지 매물들은 기본집이라서 수리비용을 따지니 가성비가 떨어져서 이 매물을 최종 후보지로 선택했다. 알아보다 보면 변심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가계약금을 넣기 직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집을 사려고 몇 년 동안 임장을 이렇게 다녔나 아쉬움이 들어 매수를 포기했다. 만약에 6억대로 정말 쌌다면 모를까. 7억2천5백은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좀 더 인덕원 역세권으로 가봤다.


e편한세상 인덕원더퍼스트 1단지 내부(초품아)


두 번째 단지는 GTX 호재로 유명한 인덕원의 초역세권 아파트 인덕원 삼성이다. 

상승장 때 인덕원의 파워를 눈으로 확인하고 20% 이상 하락한 현재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트클럽이나, 마사지 같은 유흥업소가 많은 인덕원 환경을 생각하면 거주하기 꺼려졌으나 미래가치를 보면서 임장을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파트 내부가 깔끔하고 주차 상황도 괜찮아서 나의 2세가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다니기 괜찮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기본집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원주민 분들이 많았고(거주층이 첫 번째 집과 사뭇 달라졌다) 인테리어 예산을 5천 정도 잡아야 해서 7억 2천에 매수한 다고 해도 다소 무리인 부분이 있었다. (매물: 방 2화 1, 기본집)


사실 투자가치 말고는 실거주로는 아쉬운 아파트라 나의 갈아타기 취지랑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자체가 싸서 임장한 다음날 집을 보고 (세입자가 그때 보여준다 해서) 매수를 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투자 아파트여서 인지.. 집을 보지 않고 매수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매수가 불가능해졌다. 과천 지정타까지 둘러보면서 인덕원의 미래에 대해 심취한 우리 부부는 그 소식을 듣고 좌절감이 들었다. 매수세가 붙을 때는 발 빠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매물 외에는 대부분 7억 6천의 시세였기 때문에 이 단지를 포기하게 되었다. 


인덕원 삼성 임장 모습 (상가, 지하주차장)


세 번째 단지는 우리 부부 직장인 판교와 가장 가깝고 가장 상급지인 분당 야탑 탑선경이다. 

평수는 20평이라 가장 작았지만 워낙 입지가 깡패인 아파트라 평수고 뭐고 남편은 탑마을과 사랑에 빠졌다. 탄천을 걸어보기도 하고 직장까지 가보기도 하면서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였다. 신혼부부 올수리 인테리어에 방 쪽 창문으로는 판교의 굿모닝파크가 보여서 마치 판교에 거주한다는 착각이 가능했다 ^^;; 다만 동향에 아파트 뷰였고 7.4억으로 평형대비 비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 싸한 부분이 있었는데, 집주인은 결혼한 지 3년 차에 매도를 하려는 상황이었다. 20평은 살기 좁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다만 가격이 시세 대비 꽤 저렴하게 나온 상황이라 감수하고 매수할 뻔했지만, 매수세가 조금 붙자마자 기가 막히게 집주인이 4천을 UP 하고, 우리는 그 집과 이별했다. 아무리 동네가 좋아도 야탑 20평에 7억 7천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판교와 맞닿아있는 탑선경아파트


이래저래 우리 집이 될뻔한 매물들을 여럿 놓치고 다시 눈을 돌렸다. 내가 6개월 전에 임장한 구성남이 이때 우리 후보에 등장했는데, 분당만큼은 아니지만 의왕, 안양, 용인보다 상급지이면서 재개발로 변화의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 앞으로의 가치가 상승할 지역이었다. 다만 새집을 어떻게 매수하는지 방법도 모르고 새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었다. 경기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구축이라 인테리어 비용까지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인데 더 좋아질 입지에 신축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따로 입주권 매수기로 소개하겠다. 결국은 4개월 뒤 입주하는 입주권을 매수했고 가계약금을 건 후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5개월 뒤에 정말 말 그대로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대단한 위용의 산성역자이푸르지오 입주 전 모습


셋. 갈아타기가 힘든 이유


결과만 봤을 때는 안양 구축에서 성남 신축으로 갈아타게 됐으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냥 좋은 거 비싸게 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경기 내 상급지로 간 거라 약간의 옆그레이드 느낌도 있다. 기존집 대비 매매가가 4억이 비싼 + 신축 입주권을 매수한 탓에 취득세, 중개비, 추가분담금, 이것저것 등기비용 등이 많이 들어 순자산이 오히려 줄었다. 구축 14평에서 계속 살았다면 기회비용을 더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갈아타기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내가 살집이 싸졌다면 내가 팔집도 싸졌다는 거다. 

보통은 부동산 사이클이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리기 때문에 새로 살 집은 싸게 사면서 내가 보유한 집은 비싸게 팔기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그리고 매도가 생각보다 잘 안될 수도 있어서 선매도를 하는 게 맞지만, 그럼 내가 본 좋은 매물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해서 사라진 좋은 매물들도 많이 봤다. 다음 상승장에는 내가 정해놓은 매도가가 되면 반드시 수익실현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번 좋은 상승장을 손가락만 빨면서 지나쳐보니 이런 다짐도 하게 됐다. 



넷. 6개월 갈아타기 여정을 통한 교훈


이렇게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는데 이사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 많다. 

구성남에서 집을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우리 생각보다 너무 싼 매물이 있어서 헐레벌떡 부동산에 도착했다. 일반 매물이 아니라 입주권이기 때문에 추가분담금등 추가비용에 대해서 명확히 물어봤어야 했는데 마음이 조금 급했던지라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을 걸어버렸다. 부동산이 추천해 준 매물 세 개에서 동, 층도 좀 더 깊이 고민해봤어야 했는데 가장 좋은 동, 층이 여기라면서 우리의 판단이 덜 들어간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 달 뒤쯤에 비례율이 낮아지면서 2천이라는 큰 추가 비용이 생겼는데, 몇 주간 이 추가분담금 때문에 밤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다시 돌아갔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기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중개인은 거래가 되면 그만이다. 중개인이 좋다는 매물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내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또한 예산초과를 고려해야 한다. 아마 구축 매수였다면 인테리어 비용에서 예측가능한 범위의 예산초과가 있었겠지만 입주권 매수는 차원이 달랐다. 책정된 비례율이 내려갈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추가분담금을 고려해야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데 매수할 때 잊어버렸다^^;; 


끝내주는 우리 집 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는 생각은 '참 이사하길 잘했다'이다. 

이사 과정에서 우리에게 샛별이가 찾아오고, 넓은 새집에서 아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환경도 거주 만족도도 늘어서 남편이 너무나도 좋아한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이사를 미뤘다면, 갈아타기는 계속 미련이 남고, 시기를 고민하고.. 인생에서 이사 외에 고민해야 할걸 제대로 못했을 것 같다. 비록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해도 지금은 한차례 다~정리하고 남편은 일에 나는 주식에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육아준비를 천천히 할 수 있게 됐다. 이사는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다. 


지금도 생각하면 매수 과정에서 무조건 부동산, 매도인 측의 요구를 다 들어줬던 게 마음이 쓰리다.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당시는 매도인 우위 분위기였고, 처음부터 완벽한 투자가 어디 있으랴. 적당한 매매가에 적당한 시기에 우리 가족의 새 보금자리를 찾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다음엔 서울 혹은 판교로 더 좋은 갈아타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판교 직장인이면서 내 집마련과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신혼부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평촌, 인덕원, 수지, 구성남(수정 중권구), 분당 6-7억대 아파트 후보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보셔도 좋다.


결론은 지금 우리집 좋고~ 다음엔 더 좋은 갈아타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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