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구랑 Nov 13. 2023

마케터의 광맥읽기

마케팅 츠렌드 발상력

몇일전 50대 유투버가 만취 상태로 자신의 음주운전을 생중계한 사건이 있다. 자신의 벌금이 천만원인데 이 돈을 언제 모으냐고 신세한탄을 섞어 자신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병을 깨고 침을 뱉었다. 급기야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나가 만취운전을 벌이며 라이브방송을 했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그는 실시간으로 중계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걸 본 사람들은 오금저리는 경악의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익명성과 즉시성때문에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이다. 타인의 주목과 인정을 위해 물불안가리는 불나방같은 인간들이 들끓는다. 그런가 하면 한 고객이 음식점 사장님에게 남긴 사용 후기가 훈훈한 화제다. 머리카락 혹은 눈썹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음식에서 나오자 이 고객은 조심하라고 온라인 리뷰를 달았다. 가게 주인은 미안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하며 환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이 고객은 환불은 원하지 않으니 그저 조심해 달라는 말과 함께 5점 리뷰를 남겼다. 명암이 공존하는 디지털 트렌드가 우리앞에 펼쳐지고 있다.

트렌드는 마케터의 광맥이다. 대중적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발빠른 마케터는 트렌드속에 숨겨진 맥락을 읽고 자신만의 시장을 선점한다. 코로나때 이혼율은 어땠을까?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전세계적으로 증가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부부간 갈등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반대였다. 코로나이전 2019년의 이혼건수는 11만 800건이였고 2020년엔 10만 6500건으로 4300건 정도 줄었다. 유독 우리나라만 줄어든 이유가 뭘까? 먼저 자녀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명절 이동이 대폭 감소해서 명절 증후군이나 고부 갈등이 줄어 부부싸움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거리 두기 장기화로 인해 결혼을 미루는 예비 부부들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다. 혼인율의 감소가 이혼율 감소에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표면적인 이유다.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코로나 중반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그것이다. 한달이 멀다하고 오르는 집값을 외면하고 이혼을 강행할 사람은 없다. 그들은 잠시 이혼을 보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율은 다시 증가할 것이다. 실버층과 함께 싱글족을 위한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다.

분초를 다투며 분절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의 현장으로 가보자. 사람에겐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말동무말고 몸으로 접촉해서 교감을 나누는 친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반려견과 반려묘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은 더 편안하고 가성비 높은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반려식물이다. 집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려는 '집콕족’이나 코로나 블루로 지친 ‘싱글족’을 위해 편의점에 홈가드닝 코너가 등장했다. GS25가 한국화훼농협과 손잡고 홈가드닝용품 코너를 도입한 것이다. 적상추 씨앗, 바질 씨앗, 레몬밥 씨앗 등의 씨앗과 배양토,화분,영양제, 압축 분무기등 총 십여종의 홈가드닝 용품을 갖췄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추석 선물세트로 반려식물을 선보였다. 초보자도 기르는 ‘여인초', 사계절 아름다운 '남천' 등 다양한 반려식물을 준비했다. 성북구의 한 백화점에는 여행을 갈 때 이들을 맡겨두는 반려식물호텔도 등장했다.

마케터의 관심사는 트렌드 그 자체가 아니다. 그 속에 숨은 의미와 맥락이다. 관광 산업을 주도하는 미식 비지니스만해도 그렇다. 이제 관광객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만 찍어 올리려 하지 않는다. 제주에 있는 ‘해녀의 부엌’은 소라찜 하나를 먹더라도 색다른 경험과 이야기를 경험을 하고 싶다는 대중의 숨겨진 욕망을 반영했다. 젊은 여성 마케터는 해녀들의 애환을 담은 연극을 음식과 함께 소개해서 환영을 받고 있다. 음식점을 생각하는 분들은 공간력과 스토리텔링이란 시대적 기호를 접목시켜야 할 것이다. 이 때 놓치지 말아할 것이 있다. 몇 일 전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변하는 것을 보기 위해 변치 않는 것부터 잘 봐야 한다’고 했다. 음정이 불안한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없다. 단단한 뿌리로 기둥을 삼아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그 흐름에 올라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침반의 바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