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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Dec 01. 2022

엄마는 아픈 걸 어떻게 견뎠어?

엄마, 나는 어려서부터 늘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었잖아. 

어쩌면 엄마가 했던 기나긴 간병의 역사를 시작한 것도 나일까? 

가장 마지막으로는 변남분 할머니와 삼촌, 그 전에는 이부용 할아버지, 그 전에는 언상이... 

그리고 그보다도 더 전에, 아마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수많은 병치레가 엄마의 몸과 마음을 고되게 했겠지. 그러고 보니 나는 초등학교 때에도 길게 입원한 적이 있었으니까, 엄마가 병실에서 보호자로 보낸 날들을 다 합치면 일 년은 충분히 되겠다 싶네. 


그래도 엄마, 나는 이제 어릴 때처럼 그렇게 자주 아프지는 않아. 정말 다행이지?

한국에 살 때는 일 년에 두어 번씩 심하게 아팠고, 학교 일을 하던 시절의 가계부에는 마트에서 장을 본 내역보다 병원과 약국을 드나든 내역이 훨씬 많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진료 보는 과도 가지각색으로 병원에 드나들었지. 그렇게 끙끙 앓다가 어느 주말 일산 집에 가면 배숙을 만들어주던 아빠의 뒷모습도 떠올라. 


요 며칠 나는 아주 오랜만에 아파. 

요즘은 일이 년에 한 번쯤 이렇게 아픈데 가끔 아파서 그런지 아플 때마다 엄마 생각이 아주아주 많이 나. 

나는 기껏해야 백신 부작용이나 몸살로 아픈 거니 '며칠 고생하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잘 쉬고, 조금 많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데.. 엄마는 어땠을까?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항암치료에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항암치료나마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버텼던 2년이 엄마에겐 어떤 시간이었을까?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강하고도 다정했는지 궁금해.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으면 엄마 옆에서 보았던 갖가지 항암치료 부작용과 복강 전이 이후의 일들. 

복수를 빼고, 콧줄을 끼우고 하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엄마가 그걸 다 견뎠을까 싶은 일들이 자꾸자꾸 떠올라. 그래서 예전에 아플 때 보다 더 많이 힘들어. 

엄마가 콧줄을 오래 끼고 있으면 목이 아프다고 했었지. 그래서 목 통증을 줄여주는 스프레이를 받았었는데 끔찍하게 인위적인 바나나 향이 났었고. 나도 어제부터 목이 아파서 비슷한 스프레이를 뿌렸어. 엄마, 이거 정말 맛도 끔찍하더라. 그 와중에 효과는 왜 이렇게 짧은 거야? 나는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데,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을 견뎠어? 불편하고 아픈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점점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이나 보장은커녕, 점점 더 아플 거라는 걸 사실은 알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엄마, 덕분에 나는 엄마가 아팠던 때에도 엄마의 호탕한 웃음과 빛나는 눈동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키던 씩씩하고 듬직한 말씨와, 의료진분들을 먼저 배려하던 다정함. 이런 것들이 많이 떠올라. 

아마 그 기억들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내 안의 엄마가 되었듯이, 그게 또 내가 되기도 하는 거겠지.


아프면 더 많이 생각이 나는 엄마, 내일은 아프지 않고 엄마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부터 12월이니까 말이야. 12월은.. 뭐가 있지?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네.

그리고 음, 엄마는 겨울 코트와 부츠, 숏컷이 아주 멋지게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야. 

이렇게 얼렁뚱땅, 12월을 잘 맞이해 볼게. 안녕!


아, 엄마 딸이 곧 33살이 된다는 게 믿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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