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이 조각나고 태양볕이 부지런을 떠는 유월의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동네 순회를 하던 고양이는 모처럼 산책을 나온 나고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 어떤 타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은 순수함, 서툰 듯하지만 더없이 친절한 마음이 공기 중에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살길은 직접 찾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동안은 무엇이 선택인 줄 몰랐다. 고양이는 나고와 함께하고 싶었다. 지난 1년간의 선택들이 지금 이 순간을 데려왔는지도 모른다. 가지런히 정렬된 마늘밭과 낡은 농기구가 주차된 공터, 그 너머의 세상은 몰랐으니 물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익숙함이 누구보다 좋았던 고양이는 낯선 언덕길을 따라 나고의 발걸음을 쫓았다. 나고는 자신을 따라오는 고양이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묘한 하루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