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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개도리 Feb 01. 2024

수정주의 날랄이 바람 #2

-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다 -

20대의 나는 고향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 인간관계, 일상생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드라마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의 내용이 진실이든, 예술로 꾸며진 것이든 당시에 나는 그 세계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가 공유해 주는 다른 세계의 인간적인 감정의 흐름에서 한민족의 공통 가치와 정서를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는 나를 가본 적 없는 아름다운 세계로 데려다주었고, 고향의 일탈을 꿈꾸게 하였다.




2000년대 당시, 나의 고향에서는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소련 영화, 중국 영화, 연변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들이 CD로 유행했습니다. 제가 한국 드라마 '가시고기'를 볼 때 내용이 비슷한 감동 충만한 연변 드라마가 고향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몰래 숨어서 봤다면, 연변 드라마는 공공연히 당당하게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연변 드라마를 본 사람마다 너무 감동받아 눈물 흘렸고, 꼭 보라고 입을 모아 추천했습니다. 사람들은 연변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까지 배워 부르곤 하였습니다. 제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노래가사 일부는 여전히 기억에 나아있습니다.


밥한술도 남겼다가 나를 주고, 웃음마저 남겼다가 나를 주는 오빠야 오빠야 사랑하는 오빠야


하지만 저에게 연변 드라마는 감동은커녕 너무 재미가 없어 중도에 보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연변 드라마의 특이한 경험은 제가 살던 고향에서 쓰던 비슷한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 흔히 사용하는 억양임에도 TV에서 보니 너무 어색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투리 때문이 아니라 제가 한국드라마에 빠져 있었기에 연변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한국 드라마 '가시고기'를 보고 정말 깊게 감동받아 울었습니다. 그래서 후로 저는 친구들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남조선과 우리는 정말 한민족이다. 감정이 통하는 거 봐! 이런 감정은 다른 나라 영화를 보면서 절대 느낄 수 없어."


드리마 '가시고기' 이야기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진짜 가시고기는 엄마가 새끼를 낳고 달아난다 고합니다. 그 후 아빠가 온 정성을 다해 새끼를 키웁니다. 그러다 어느덧 새끼가 성장해 떠나고 아빠는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드라마에 담았고, 드라마에서도 가시고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엄마가 유명인인데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을 버리고 갑니다. 그 후 아빠가 아들을 키우며 살아갑니다. 아빠는 어려운 생활환경에서도 아들을 정성스레 키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불치병에 걸려 아빠는 자신의 눈 강막까지 팔아서 아이를 치료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아프게 되고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더 키울 수 없어 엄마한테 보내게 됩니다. 아들이 아빠를 떠나는 장면은 아직도 큰 감동의 울림을 줍니다. 부성애를 그린 매우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TV를 보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슬프게 울었습니다.


가시고기를 보면서 또 하나의 재밌는 발견은 주인공 아빠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데 돈이 없고 가난하다고 합니다. 2000년 대 당시 나의 고향에서는 개인이 차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었고 기업소, 공장의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만 되어도 다른 사람들 보다 부유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생활수준이 높다고 하던데 사실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20대는 북한에서 말하는 '수정주의 날랄이 바람' 한국 드라마에 온 영혼이 흔들렸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더 깊은 이해와 연민을 알게 해 주었고, 새로운 세계에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한국드라마를 통해 저는 무의식 속에 남한에서의 새 삶을 꿈꾸게 되었고, 그 꿈이 현실로 펼쳐져 여기에서 20대를 추억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때 저는 한국드라마 '유리구두'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짜장면을 입 주변에 묻히며 먹는 모습을 보고 무엇인지 궁금했고 정말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 대한민국에 와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어봤습니다. 그리고 자주 먹습니다.


또한, 한국드라마 '첫사랑'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고,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이 멋져 보여 운전하고 싶은 희망도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고향에서 저와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친한 동생이 하던 말이 생생합니다.


"언니 나는 정말 운전해보고 싶어. 운전해 보는 게 내 소원이야."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전은 희망이 아닌 평범한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일상이 나의 고향에서 누군가가 간절히 꿈꾸는 소원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멋을 알고, 유행을 즐기던 그 친한 동생도 대한민국에 와서 꼭 소원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한국 드라마는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는 20대의 저에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게 했고, 다른 세계를 꿈꾸게 했습니다.


이래서 '수정주의 날랄이 바람'이라고 하는구나!

왜 한국 드라마 보는 것을 그렇게 엄중하게 다루었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20대의 저는, 한국 드라마 속에서 꿈을 키우며 '수정주의 날랄이 바람'에 흔들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으로 대한민국에 와서 20대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한국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한민족임을 느끼며, 아픈 사랑에 빠졌던 그날의 감동을 살며시 꺼내 보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모험, 로맨스,
멋진 이야기의 세계를 열어준다.
- Danny Boy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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