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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Dec 30. 2015

생각을 제거하는 교육

불안에 기초한 교육의 패악질

서울대 학생의 고득점 비결에 대한 동영상을 봤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https://m.youtube.com/watch?v=PXBVukZ3cgQ


우선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갔다. 나도 그랬어! 이 말이 자동연발처럼 튀어나온다. 그 당시 가졌던 두려움이 마구 느껴진다. 교수가 뭐라고 했지? 이 생각하느라 머리를 싸맸던 기억들. 하지만 시험 후에는 다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했던 기억들.


영상 속에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한다. 시험이 끝난 후에는 다 잊는다고. 점수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만 외워서 시험을 보니 다음 학기나 다음 해에 연관된 것을 배우는데 새롭다고.


벼락치기를 여전히 하는 대학생들이다. 고득점을 받고자 하는 건 아마도 비싼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과 사회에 진출할 때 그만큼 유리한 점일 게다. 그러나 이들도 스스로 알다시피 교수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야 하는 암기에는 자기 존재를 잊어야 하고 뭘 하는지 한심하기조차 한 자신의 모습을 봐야 하는 점이다. 보고 싶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 하는데 그건 존재 자체를 버리는 행위다. 그게 반복되면 자신은 나타나지 않고 누군가 시키는 것만 하게 되는 로보트에 지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영상을 보는데 학교 생활이 오버랩되었다. 학교 일을 하는 교사의 모습에서 같은 걸 봤다. 해야 하는 일 속에서 자기는 사라지는 현상. 스스로 의미를 만들 수 없어 시키는 일만 잘 하면 이득이 되는 구조 안에 갇힌 교사들. 그리고 그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수동성에 꼼짝달싹 못하게 묶여 있는 듯하다. 자기 존재를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명령 수행자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이득을 얻는데 그것조차 자기 존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돈이 좀 늘어나든지, 지위가 높아진다든지 등 외적 보상이 있을 뿐이다. 그게 자신과 연결되어 자신의 존재를 키워주는 게 아닌데, 어느 순간 우리는 존재의식이 없어진 듯하다.


문제는 수동적인 삶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첫째는 잊어버림이다. 벼락치기가 그러하듯 남이 시키는 것은 그것만 잘 알면 된다. 다른 건 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해서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의 업무는 단순 잡무에 불과하고 전문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사가 실력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둘째는 두려움과 불안이다. 시키는 데로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이 생긴다. 왜냐하면 얻어야 할 이득이 너무도 쉽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벌이 주어지기도 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야 했던 대학생들의 두려움은 만일 제대로 쓰지 못했을 때 학점이 깎이고 이득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생각이 아무리 더 좋다는 판단이 있어도 시험이나 과제에 쓸 용기를 내지 못한다.


세째는 수동성의 학습이다. 학습은 내면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 심지어 자기도 모른 상태에서 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되고 잘 모르면 불안을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된다. 스스로를 나약하다 여기지만 바로 그러한 의식이 덫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나약함은 합리화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넷째는 대물림이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어 극복할 용기가 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이런 상태가 고착화되면 약자에게 되물림된다. 불안은 불신을 낳게 되고 강한 통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자기를 잃어버린 자신의 상태를 아이들에게도 요구하는 교사가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믿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그런 상황이 싫지만 자기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한다. 이들 역시 크면 자기 아이들에게 받은 데로 준다. 대물림되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제거된 자의 삶은 정말 끔찍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자기 생각을 가진 자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이게 얼마나 모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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